현재 본교 교육조교는 자신들의 노동의 대가를 장학금 형태로 받고 있다. 따라서 교육조교의 공식적인 신분은 장학생이다. 그러나 교육조교들은 노동시간, 근무 장소 등 명백한 복무규정 구속을 받고 있으며, 타인에 의해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에 관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분명한 노동자성을 갖는다. 임금을 장학금 형태로 받는 점을 제외하면 이들은 종속적인 관계 속에서 임금을 받고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임이 틀림없다.

  분명 교육조교들은 ‘노동자’인 동시에 ‘학생’이다. 그러나 학생과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이 공존한다 할지라도 이는 부분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학생과 노동자로서의 역할이 동시에 이뤄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동시에 학업을 수행할 수는 없으며 반대로 학업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조교의 역할을 수행할 수도 없다. 노동과 학업이라는 두 가지 역할은 언제나 분리된 시간대에서 수행된다.

  한편 교육조교들은 학생일 때 갖는 위계적 관계를 노동을 할 때에도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대우에 저항하지 못할 뿐 아니라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한 제도적 수단조차 요구하기 어렵다. 반대로 본교 측은 보다 적은 비용으로 노동을 제공하고 규정에 쉽게 저항하지 못하는 존재로 이들을 바라볼 수 있다. 그럼에도 학업을 장려하기위해 커다란 혜택을 제공하는 것처럼 비춰지니 이 어찌 매력적이지 아니한가?

  지난해 말 중앙인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자연공학계열 교육조교 사태의 본질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태 이후 본교 측에서는 “이번 문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할 문제라고 인식하게 됐다”며 “교육조교 개선에 대해 심도 있는 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심도 있는 개선안의 일환으로 본교 측은 “교육조교는 주당 4일 이상, 25시간 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규정을 만들어 교육조교의 근무 시간을 명문화했다.

  그러나 주당 25시간씩이나 근무를 강제하면서 공부나 학문을 장려한다는 의미를 갖는 ‘장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정당한 일일까? 정녕 교육조교를 노동자로서 대우하고 싶지 않다면 그리고 마치 학업과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본교 측에서 대학원생들에게 커다란 혜택을 제공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싶다면 적어도 장학생이라는 표현을 어색하게 느끼지 않도록 대우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