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와 내 상황으로 이뤄진 것이다”. <대중의 반역>의 저자인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주요 철학적 개념이다. 지난 12일 대학원 국제회의실에서 독어독문학과와 독일유럽연구센터가 공동주관하는 중앙게르마니아 <대중을 다시 읽는다>의 두 번째 강연 “대중의 반역”이 진행됐다. 강연자인 황보영조 교수(경북대 사학과)는 ‘삶은 상황과 선택으로 이뤄진다’는 가세트의 철학적 명제를 소개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가세트가 지시하는 ‘대중’은 ‘소수’와 달리 특별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다. 소수는 선택된 인간으로서 자신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며, 어떤 탁월한 것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지 않을 경우 그 삶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대중은 있는 것에 기뻐하고 자신에게 만족한다. 예를 들어 대중은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국가가 즉시 개입해서 거대하고 막강한 수단을 동원해 그 문제를 해결해 주길 요청한다. 반면 소수는 자기 이해관계를 떠나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프로젝트를 제시한다. 황보 교수는 이같은 소수의 예로 귀족을 들며 “(세습귀족으로 변질되기 전)이들은 의무의 세계로 뛰어든 용감하고 고귀한 사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대중의 심리구조는 ‘응석받이 어린이’와 같아서 욕망의 무한한 확대를 꿈꾼다. 가세트는 이러한 대중의 속성을 ‘반역하는 원시인’, ‘자만의 빠진 철부지’, ‘과학 전문가’로 구분했다. 반역하는 원시인은 문명을 원래 있는 것으로 취급해 그 원리에 무관심하며 역사에 무지하다. 자만에 빠진 철부지는 ‘귀족’의 자녀로 태어나 상속자 행세를 하면서 부와 특권을 소유한 인간이라 봤다. 마지막으로 과학전문가는 통합적 교양은 없고 특정 분야의 지식만 소유한 사람들로서 다른 분야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며 유식한 척하는 무식한 식자라 평했다. 황보 교수는 “이들 과학전문가 유형이 20세기 가장 순수한 집단으로서 대중의 모습이다. 이러한 속성을 가진 대중은 특별한 자격을 갖춘 소수를 배척하는데 이를 두고 대중의 반역이라고 칭한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오늘날 문명을 위협하는 최대 위험은 모든 것을 국가에 맡기는 삶의 국유화와 파시즘과 같은 국가 개입주의, 그리고 국가에 의한 모든 자발성의 흡수다. 국가는 언제나 형성 중에 있거나 해체 중에 있다. 그래서 국가는 왕성한 사업을 제시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지지를 얻거나 상실한다. 황보 교수는 “여기서 ‘국가’라는 말을 대신해 목표를 설정하고 청사진을 제시하는 ‘소수’로 대입시켜도 무방하다”며 소수의 역할을 강조했다.  
 
  가세트는 유럽인들은 거대한 단일 사업이 없다면 살아갈 수 없고 비열해진다며 1930년대 유럽 쇠퇴의 이유를 분석했다. 또한 문제는 바로 유럽에 도덕이 없어졌다는 것, 이는 대중이 어떤 도덕에도 메이지 않기를 열망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도덕이란 본질적인 어떤 것에 대한 복종의 감정이고 봉사와 의무에 대한 의식이다. 또한 황보 교수는 “당대 유럽의 소수 엘리트조차 무도덕했다”고 지적하며, 그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현대의 모든 문화와 문명이 그런 믿음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라 비판했다. 
 
  더불어 “가세트에 있어 진정한 소수란 결코 군림하지 않으며 본질적인 것에 대해 질문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라 봤다”며 “현재 우리들 자신은 대중인지, 소수인지 판단해 보고 미래에는 소수가 되길 바란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한경은 편집위원 │ femiwalk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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