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본교 일반대학원 예체능계열의 신입생들은 오리엔테이션을 들으며 혼란에 빠졌다. 본인이 수업을 듣게 될 캠퍼스가 서울이 아닌 안성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학부가 안성캠퍼스에 있는 예체능계열의 경우, 실습실을 비롯한 대부분의 제반여건이 안성에 갖춰져 있어 서울-안성을 오가며 수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분명한 공지없이 안성에서 수업을 진행한다는 사실을 ‘모집요강’의 비고란 정도로 표기했던 본교 측은 이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예체능계열 신입생‧재학생들의 불만과 불편이 가중됐다.

편제 혹은 정원의 문제? 

  이같은 문제의 근원은 2011년 8월, 의견 수렴과정 없이 졸속 행정으로 진행됐던 본‧분교 통폐합이라는 문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교 기획처 전략기획팀의 김정탁 계장은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로부터 통폐합 승인을 받았지만 통폐합의 기준, 특히 교지확보율 충족 기준에 미달하는 상황이었다”며 “이를 위해 본교 주변의 토지를 매입해야 했으나, 서울시의 토지 교환/구입의 어려움과 구입비용 등의 문제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대학원의 정원 조정이라는 차선책이 필요했고, 교과부 권고에 따른 학칙 개정을 통해 교육장을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부와 실습실 등 제반여건이 안성에 위치한 예체능계열이 그 희생양이 된 셈이다.

  결국 지난해 9월 경 교과부의 검열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써 대학 본부의 학칙 개정은 본래 서울캠퍼스였던 예체능계열의 편제를 안성캠퍼스로 바꾸는 것으로 단행됐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떠한 의견수렴이나 소통의 노력도 없었다. 그 결과 본교는 지난해 12월, 교과부로부터 ‘단일교지 인정’을 받아 교지 확보율 충족 기준을 만족하게 됐다. 김 계장은 “이제는 본‧분교의 교지가 통합적으로 인정되므로 사실상 빠른 학칙의 재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며, 이를 통해 예체능계열 학생들의 불편을 줄이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늦은 공지와 편제 문제로 인해 불편을 겪는 학생들에게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예체능계열 교학지원팀의 우건식 팀장 또한 “올 8월 경 학칙개정을 통해 서울 편제로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업 공간 문제는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만큼 현재 안성으로 내려간 학과들도 다시 정상적으로 복귀할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편제나 정원이라는 행정적 ‘처리’가 아니라 학생들의 수업권과 교수-학습조건(공간)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설정이며, 이 과정에서 필수적인 본부‧학생간의 소통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공간’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넘어서기

  13개 단대와 석‧박사를 포함해 348명의 재학생이 있는 예체능계열은, 현재 한국화‧서양화‧조소학과를 제외한 10개 단대가 모두 안성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간혹 비공식적으로 서울캠퍼스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소수다. 예체능계열 대표인 천승훈 씨(한국화학과 석사과정)는 “본부 측의 일방적 행정처리로 인해 학생들이 겪는 피해가 너무 크다”며 “특히 신입생의 경우 차비, 숙박 등 기본적인 문제부터 힘들며, 학생들이 안성으로 몰리면서 공간 부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기 초 부총장과의 면담을 통해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 해결방안을 요구했고, 후반기부터 서울 편제로 바뀔 것을 약속받았다”면서도 “문서화되지 못한 구두 약속이라 아직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본교 측의 일방적 행정 처리를 거부하기 위해 학과들의 의견을 종합하고자 했지만 각 학과별 사정으로 인해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미 내려간 학과들은 다시 올라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 토로했다.

  예체능계열 재학생인 정효섭 씨(사진학과 석사과정) 또한 “이같은 사정에 대해 아는 바 없이 안성에서 수업을 듣게 됐다”며 “스튜디오 등 제반여건이 안성에 갖춰져 있어 서울‧안성캠퍼스에서 수업을 병행하는 구조가 번거롭다”라고 전했다. 이어 “학부와 대학원이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도 문제지만 학과 차원에서 세미나를 지속할 수 있는 기본적인 공간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본부 측 입장과 달리 실제적 측면에서 학생들이 부딪히는 문제들은 상당했다. 우리는 여기서 이는 행정상의 문제며 곧 해결될 것이라는 본부 측의 ‘효율 중심적’ 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효율 중심적 태도는 학내 공간의 배열이라는 차원을 정의내리는 잣대로 작용한다. 이른바 ‘경제적 공간 사용’이라는 이데올로기다. 그러므로 예체능 계열의 문제에 있어 서울‧안성캠퍼스라는 분할된 공간의 억압적 사용은 어디까지나 경제적 공간이라는 물질적 토대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다.

  결국 예체능계열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 토대를 넘어서는 어떤 공간들을 상상하는 것이다. 요컨대 이는 ‘수업권’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초하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닐까? 단순히 반경제적인 방법론으로써 경제적 공간에 대한 저항뿐만 아니라, ‘공부’라는 개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보편적 학문의 공간을 가질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이것이 예체능계열, 나아가 학내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을 휩쓰는 어떤 흐름이라고 할 때, 이러한 권리에 대한 주장은 소통이라는 매개를 통해 빛을 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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