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진 / 아동청소년학과 석사과정

기회가 닿아 지인 한 분이 근무하는 대안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곳은 주로 가정을 잃고 거리를 떠돌던 청소년들이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지도하는 곳이었다. 제도권 교육으로부터 몇 번이나 떨어져 나간 아이들이라는 설명에, 나는 어떤 식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지 내심 궁금했다. 오전 시간의 모습은 일반 학교와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물론 학생들의 복장은 자유로웠고 실습 위주의 수업에서는 고심한 선생님들의 노고가 느껴졌다. 하지만 진지할 것만 같던 수업은 이내 흐트러졌고 중간에 자기 멋대로 나가 버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도 익숙한 교실붕괴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하고 있던 터라 실망도 컸다.

점심시간이 되어 식사를 하며 교장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의 설립과정과 목표에 대하여 얘기해 주셨는데 대단한 열정이 느껴졌다. 다른 선생님들에게서도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정말 사랑한다는 마음이 느껴졌다. 하지만 전반적인 수업 내용을 들으며 나는 이런 아이들에게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특별한 아이들이기에 특별한 교육이 있어야 했다.

식사를 마치고 학교 주변을 둘러보던 중 나는 아이들이 한켠에서 시끌벅적하게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물어보니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아이들이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 거리낌 없이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문득 저것이야말로 이곳에 가장 어울리는 형태의 교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어른들이 아이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른들의 철저하게 무장된 이론과 이상으로 아이들을 상대하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대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람을 대하는 일이기에 다른 일보다도 더욱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어른들이 생각하기에 한없이 좋은 일이라도, 아이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때는 그저 함께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아이들이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올바른 어른들의 역할은 아닐까. 문득 그때를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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