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기준으로는 징계를 논할 거리가 아니라는 지적이 맞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정도의 사안도 징계사안입니다. 이 점을 분명히 천명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대학본부가 따가운 비판을 예상하면서도 공식적으로 이슈화시킨 것입니다.” 지난 14일, 안국신 부총장이 학생 징계사안에 대한 대학본부의 입장이 “징계 퍼포먼스”였다고 밝히며 ‘중앙인(cauin.com)’에 올린 글의 일부다. 학생 징계 사안을 두고 일각에서 제기했던, 학생들의 다양한 정치적 발언이나 집단행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본보기성 징계’라는 해석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유난히 규정을 강조하던 대학본부가 결국 명확한 근거도 없이 정치적인 이유로, 학생들에게 ‘쇼’를 한 셈이다. 학우들은 “권위주의적이고 위협적인 모습”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본부의 태도에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5일, 조영금 학생지원처장은 ‘중앙인’에 “학생지원처나 해당 단과대학에 허가를 받지 않은 게시물은 즉시 철거”하고, “사안에 따라 게시자의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광고성 게시글에 대한 제재인지, 대자보 등 학생들의 의사표명을 원천봉쇄하려는 시도인지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실례로 elliot라는 닉네임의 학우는 “지난 학기, 정치적인 내용이란 이유로 게시물 부착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밝혀 우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게시물 심의기준을 명확히 사전공지 하지 않고, 자의적인 해석에 기대어 이번 방침을 추진한다면 또 하나의 ‘징계 퍼포먼스’가 될 공산이 클 것이다.  


  대자보조차 ‘사전 검열’의 대상이 된 지금, 안 부총장이 말하는 “수많은 의견 개진 통로”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되묻고 싶다. 소란스럽게 억지를 피우는 대신 정식으로 대화를 하자는 안 부총장의 말이 공허한 것은, 애초에 학교 측의 일방적인 행정처리가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을 샀다는 점이다. 자유전공학부 폐지, 대학원신문사 소속이전 등의 사안에 처음부터 의견수렴 통로는 없었다. 학생들의 정당한 목소리는 억지로, 평화로운 레드카드 퍼포먼스는 과격한 시위로 재단하는 본부 측이 생각하는 성숙한 대화의 모습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다.


  학우들이 원하는 것도 바로 대화이다. 늘 비어있는 총장실 앞에서 면담을 요구하는 것이 학교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구습”이 아니라, 학생들의 문제제기가 “거듭되는 걸 보면서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징계 운운하는 것이 오히려 “지양해야 할 구습”인 것이다. 다양한 의견과 건강한 비판이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이다. 무엇이 정말 중앙대의 위상과 발전을 저해하는지 본부는 자신들의 모습을 돌아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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