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최근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디어법 개정 등 법제화를 통한 제도적인 언론장악을 시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언론인 구속과 시사프로그램 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YTN 노조위원장의 구속, MBC <PD수첩>의 압수수색 등 과거 군사독재 시절과 비슷한 수준의 언론탄압이 이뤄지고 있다.
YTN 노조위원장의 긴급체포는 명백한 위법행위다. 이미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고 추후 출두일시도 사전에 협의했다는 점에서 긴급체포는 부당하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또한 정치판사가 언론탄압에 가세한 행위다. 낙하산 사장에 반대해 노조원과 함께 공개적으로 투쟁했는데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고발하며 정부정책을 비판한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해, 언론으로서 당연한 책무를 다한 것이다. 그런데 공인인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난리다. 이런 논리라면 언론의 정책비판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

이번 <PD수첩> 수사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취재원본을 내놓으라는 검찰의 강압이다. 취재원본을 압수하겠다는 것은 누가 취재에 응했고, 어떤 말을 했는지 다 보겠다는 것이다. 취재원을 절대로 밝혀서는 안 된다는 것은 언론인의 직업윤리다. 언론인이 취재원을 밝히면 누가 위험을 감수하면서 취재에 응하겠는가. 시사고발프로그램에서 제보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이는 언론의 비판기능을 무력화하려는 명백한 언론탄압이다. 보도내용이 문제가 될지라도 보도되지 않은 내용은 문제가 될 수 없다. 담당부장검사가 기소가능성이 없다며 사퇴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언론인의 구속과 체포는 언론의 위축효과를 노린 정치권력의 노골적인 언론탄압이다. 언론인에게 겁을 줌으로써 진실을 말하지 못하도록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는 전통적인 수법인 것이다.

 

경제는 살리고 언론은 죽인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미디어법 개정으로 MBC와 KBS2의 민영화라는 칼을 뽑았다. 현행 신문법은 신문·방송 겸업을 금지하고 있고, 현행 방송법은 방송사의 지분소유 한도를 30%로 제한함으로써 거대재벌의 방송진출을 막고 있다. 그런데 집권세력이 이런 진입장벽을 헐어내고, 족벌신문과 거대재벌이 손을 잡아 지상파방송을 소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전파는 국민의 재산이다. 그 까닭에 사회적 영향력이 큰 지상파 방송은 공적 성격이 강한 소유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정정파, 특정자본이 방송을 장악하면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은 실종되기 마련이다. 또 선정성·오락성에 매몰되어 방송의 가치인 공공성·공익성이 소멸된다. 무엇보다도 방송이 세습의 대상, 즉 사적 소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경제정책을 서민이 아닌, 재벌의 이익 위주로 오도하고 왜곡할 우려가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공청회 한번 갖지 않았지만, 다수의 국민들이 언론장악의 의도를 간파하고 미디어법에 반대하고 있다. 기자협회와 PD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재벌방송에 대해 62.4%가, 신문의 방송소유에 대해서는 63.1%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세력은 조·중·동 방송, 재벌방송의 허용을 위한 논리적 근거로 고용창출을 내세운다. 이들을 ‘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 키운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어로 만든 뉴스를 세계시장에 팔 수 없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 자리 잡은 현실에서 한국어로 만든 드라마, 오락물로 세계시장을 석권할 것이란 청사진도 현실성이 없다. 2007년 현재 방송종사자는 모두 2만8천913명이다. 그런데 고용창출 효과가 최대 2만1천465명이나 되고 생산유발 효과가 최대 2조9천419억 원이나 된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게다가 국민의 방송이용시간은 지난 10년 동안 정체상태인데, 이와 같은 효과를 보려면 국민을 TV 앞에 묶어 두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신문사가 지상파 방송을 소유하면 중복인력의 감축이 불가피하다. 같은 분야의 취재기자를 방송 따로, 신문 따로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광고·관리인력도 마찬가지다. 고용창출이 아니라 오히려 고용파괴가 일어나는 것이다. 방송은 이미 공급과잉, 광고수입부족으로 지상파까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대체 무슨 근거로 2만 명 이상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말하는가.

언론장악은 장기집권을 노린 술책


족벌신문과 거대재벌이 손잡아 태어나는 언론매체는 거대한 언론권력이 될 것이고, 광고주들은 그 언론공룡이 두려워 광고를 몰아줄 것이다. 다른 신문, 방송들은 나머지 광고시장을 놓고 과다출혈경쟁을 벌이다 공멸의 길로 간다. 이처럼 될 경우에 결국 여론 다양성은 파괴되고 민주주의는 실종된다. 경제 살리기의 탈을 쓴 ‘방송 장악법’의 숨은 칼이 바로 이것을 겨냥한 것이다. 언론사가 적어야 언론통제가 수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관권을 동원한 언론통제에는 한계가 있다. 언론특보 완장을 찬 관제사장을 낙하산으로 투하해 방송계에 포진시켰지만 구성원의 반발이 만만찮다. 그러자 자본을 통한 구조적인 방송장악에 나선 것이다. 조·중·동은 정권창출을 도운 정치적 동지다. 이들이 지상파 방송을 인수하려면 돈이 모자랄 수도 있으니 거대재벌과 손을 잡도록 한 것이다. 자본은 속성상 친정권적이다. 이는 언론장악에 대해 조·중·동이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낙하산이 포진한 방송사가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만 보아도 명백하다.
문제는 자발적 참여에 의해 쌍방향 교신이 이뤄지는 인터넷이다. 인터넷 규제를 위해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사이버모독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적 비판자에게 족쇄를 채우려는 것이다. 여기에다 인터넷 실명제를 확대하자, ‘유튜브’가 한국 사이트의 업로드 기능을 제한하는 등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있다. 방송을 빼앗아 족벌신문과 거대재벌한테 주려는 것은 국민의 귀와 눈을 가리겠다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활발한 토론을 막겠다는 것은 네티즌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술책이다. 벌써부터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뉴스 진행자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단기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정권안보를 도모하고 장기적으로는 장기집권을 위한 정치적 의도가 가장 먼저 언론장악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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