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민 / 독어독문학과 석사과정

  미국산 쇠고기와 촛불정국으로 전국이 뜨거웠던 지난 6월 10일, 두산중공업의 박용성 회장이 공식적으로 본교 재단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중앙대-두산 시대가 개막되었다. 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 두산이 중앙대를 인수한지 6개월이 흐른 지금, 새재단이 보인 행보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박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약대 R&D센터와 기숙사 건물이 착공되고 도서관의 리모델링이 확정되는 등 외형적 변화가 일어났다. 또한 제도적으로는 총장 직선제와 교직원 연봉제, 업적평가제가 도입되었으며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굵직한 계획도 발표되었다. 이 같은 크고 작은 변화의 과정 속에서 박 이사장은 몇 가지 우려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박 이사장은 기업과는 상이한 대학 구조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냈다. 교직원 연봉제 및 업적평가제 도입에서 발생한 교직원들과의 마찰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수직적 소통구조가 작동되는 기업과 달리 수평적 대화구조가 중요한 학문체로서 대학의 성격을 간과한 탓이었다.
  또 박 이사장은 학교 구조조정에 관련하여 실용학문에만 편향된 학문관을 드러냈다. 박 이사장은 ‘개교 90주년 기념 중앙인 한마당’에서 현재 19개의 단과대학을 11개로 줄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다소 방만한 단과대학을 구조조정하겠다는 입장은 일견 수긍이 가는 부분이 있지만, 박 이사장이 지난 11월 <월간조선>과 나눈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이 구조조정이 철저히 ‘자본의 논리’라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의해 예단될 것임을 예견케 한다. “심신의 교양을 쌓는 건 스스로 해야지 왜 대학에서 해 줍니까? 실생활에 필요한 학문을 대학에서 가르쳐야 합니다”라는 박 이사장의 말은 이러한 불안을 뒷받침해준다. 위와 같이 학문에 대한 편협한 철학 하에 대학 개혁을 추진한다면 소위 ‘비인기학과’ 대학원은 된서리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염려는 기우일까?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개교 100주년을 맞아 연구중심의 세계 100대 대학을 목표로 제시된 학교 중장기 계획 ‘CAU2018+’는 일견 ‘실생활에 필요한’ 의대, 약대, 경영대, 법학대학원을 위주로 구성된 절름발이 연구대학의 청사진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그러나 세계의 어떤 유명 대학도 기형적인 연구로 그 자리에 오를 수 없었다는 점은 최근 인문학과 사회과학과, 자연과학과 인문학 등 학제간 연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추세를 감안해 볼 때 더욱 분명해진다. 인문·기초학문을 바라보는 새재단의 편향된 시선이 재고되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새재단을 무조건 적대시할 필요는 없다. 다만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백마 탄 왕자님’으로 보아서도 안 될 것이다. 새재단의 올바른 개혁에는 힘을 실어주고 실정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비판하는 대학의 ‘주체’로서의 모습이 원우들에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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