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6시 30분 근무교대와 함께 방호원의 하루가 시작된다. 가장 먼저 각 강의실에 설치되어 있는 빔 프로젝터, 전자교탁 등의 기자재와 냉난방 및 청결상태를 확인한 후 강의가 시작하기 전까지 대학원 내·외부 전반의 미화에 신경을 쓴다. 그외에도 사소하지만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소방, 전기, 변기시설을 점검하고 고장난 물품의 수리를 요청하거나 냉·온수기의 종이봉투를 교환하는 것 역시 방호원의 임무이다. 또 타 대학원생이나 일반인이 빈 강의실에 들어와 있는 것을 적발하여 내보내는 일도 수차례 반복한다. 이렇게 소홀히 할 수 없는 여러 임무에 성실히 임하지만 크고 작은 사건은 종종 발생하기 마련이다. 올 4월에는 법학관에 설치되어 있는 빔 프로젝터가 도난당했고, 바로 다음 달 대학원열람실에서는 노트북 도난사건이 있었다. 그후 부쩍 순찰을 강화하며 되도록 빈 강의실 개방을 하지 않고 있다. 22시경 마지막 강의가 끝나고 나면 하루를 마무리하는 또다른 업무가 시작된다. 그리고 23시경 최종 점검 후에야 비로소 6시간을 쉴 수 있다.
  약 6개월간 대학원에서 근무하며 겪었던 개인적이지만 당황스러웠던 몇 가지 일들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어느 대학원생이 매일 사물함 위에 슬리퍼를 벗어 놓아 타인이 보기에 좋지 않아 내려놓고 쓰도록 요청했었다. 하지만 그 학생은 치울 수 없다고 강하게 의사를 표명했다. 또한 사물함 열쇠를 분실해 열쇠를 절단해줘야 하는 일도 있었고, 분실물을 보관했다가 며칠 후에나 찾으러 오는 학생들도 다반사였다. 지방에서 강의를 들으러 악기를 갖고 왔는데 갈 곳이 없다하여 연습실을 빌려주고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나면 서로 마주쳐도 눈인사라도 나누고 지나가는 학생은 그다지 많지 않다.
어찌 보면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이지만 이러한 작은 일조차 내게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무언가를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좀 울적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요즘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기본소양은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이들은 석사 혹은 박사 학위를 갖고 사회에 진출하게 되고, 앞으로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게 된다. 이들이 기본적인 인격과 소양을 갖춰 진정 학계와 사회에 큰 기둥이 될 수 있는 대학원생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본 글은 필자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싣습니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