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은 / 응급의학과 교수

위급함을 알리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구급대원이 심정지임을 알리면서 한 남자가 도착하였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쓰려졌다고 한다.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 부인이 한 아이는 업고 한 아이는 손에 잡은 채 정신없이 도착했다. 아침에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다고 한다. 환자의 회생 가능성이 희박함을 말씀드리자 무너지듯 울음을 터뜨렸고 영문을 모르는 아이는 엄마만 쳐다보고 있었다. 결국 심장은 다시 회복되지 못했다. 심정지 상태에서 도착한 20대 초반의 또 다른 남자. 심폐소생술 시행 후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하였으나, 이후 스스로 움직이고 말하고 반응하는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 즉 식물인간 상태가 돼버렸다. 그 옆에는 부모님이 밤낮으로 아들을 돌보면서 매일 기도하고 아들에게 말을 건네고 계셨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학도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예전에는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희망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들도 점차 치료가 가능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의학의 발전에 힘입어 심장박동을 재생시키고, 나아가 다시 예전처럼 가족들과 생활하도록 도울 수는 없을까? 이에 대한 모든 연구가 알려주는 공통된 내용은 어떠한 치료방법보다도 심장이 멈춘 직후에 바로 적절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단계가 전제되어야만 새로운 치료방법이 효과를 본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심폐소생술 지침에서도 약물 투여나 어떠한 장비의 사용보다 충분한 깊이로, 일정 속도의 빠르기로, 가능한 멈추지 말고 손으로 가슴을 잘 압박하고 인공호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 발생한 심정지는 대부분 가정이나 직장, 거리 등지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심정지 직후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수 있는 사람은 의료인이 아닌 바로 옆에 있는 일반인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늦기는 했지만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철도, 항공기, 선박 및 사람이 많이 모이는 다중이용시설 등에 자동제세동기를 갖추도록 하고, 이곳에서 안전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이 구조 및 응급처치에 관한 교육을 받도록 하는 법률이 통과되었다. 또한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 대한 일반인의 응급처치, 즉 선의의 응급의료로 인해 발생하는 민사 및 형사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해주는 면책 법률(일명 ‘선한 사마리아인법’)도 통과되었다.
  상처에서 피가 날 때 그 부분을 누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지혈 방법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시행하듯, 갑자기 심장이 멈춰 쓰러지는 사람을 보았을 때 모든 사람들이 심폐소생술을 바로 ‘시작’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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