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식물 - 부조리한 신체

지난 5월 14~20일 성보갤러리에서 ‘K's finger’라는 타이틀로 김창영(조소학과 석사졸업)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이 열렸다. 전시 마지막날 시간을 내준 김 작가는 이른 아침부터 인터뷰를 하려니 긴장된다며 웃었다.
이번 전시회의 타이틀인 ‘K's finger’의 K가 작가를 지칭하는 것인지 물어보니 “나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까지 대변하고 싶은 의미에서 Kim이 아닌 익명으로서의 K라고 붙이게 되었다”고 답했다. 김 작가의 작품들은 변형된 손가락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인간이 사회를 지배하게 된 이유는 사고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한 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손으로 모든 사물을 만들 수 있고, 따라서 인간이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기에 소재로 이용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언뜻 보면 그저 꽃의 형상이다.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낯선 손가락들이 있다. 약간은 섬뜩한 것 같다고 하자 김 작가는 “작품을 보고 돌아간 한 사람이 손가락들이 스물스물거리는 꿈을 꾸었다는 메일을 보냈다”면서 “내가 생각해도 작품을 집에 걸어놓으면 무서울 것 같지만 충격적인 이미지로 시니컬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겉으로 보기엔 꽃이지만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면 손가락이 있는 것처럼, 사회 시스템 역시 심층적으로 봐주었으면 했다”고 밝혔다.
<K's finger-묻다>는 나무로 만든 구조물 위에 화분들이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으며, 각 화분에는 절단되고 일그러진 형상의 손가락이 심어져 있는 작품이다. 김 작가는 “화분이라는 형태를 빌어 인간이 갖는 이기적인 성향, 소유의 욕망이 그 안에서 자란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블록의 밑부분을 뾰족한 형태로 표현한 것은 자리를 잡기 위해 노력은 하지만 지면에 안착하지 못하고 떠 있음을 나타내며 오염된 사회와 격리시키기 위해 최소한의 접촉만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작품을 위에서 바라보면 물음표 형태인데 이를 통해 사회에서 해결책이나 답을 줄 수 없음을 보여주며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현재 김 작가는 작품활동 이외에 대안문화학교 ‘달팽이’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달팽이’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니 “안성에 위치한 달팽이는 빠름의 시대에 느림을 강조하며 경쟁이 아닌 공존을 가르치는 하나의 희망적 사례이다.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입시교육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다양한 감성을 일깨워 주는 것에 교육의 초점을 맞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작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작품으로 표출할 수 있는 작업을 구상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주희 편집위원 loveshake1111@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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