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무 / 인하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나노 다공성 실리콘의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 (a) 측면도, (b) 상면도

나노바이오기술이란 원자나 분자 단위에서 물성을 규명하고 조작하여 새로운 재료 및 소자를 개발하는 나노기술과 인간의 질병과 생명현상을 연구하고 그와 관련된 제품을 생산하는 바이오기술이 결합된 것이다. 이 나노바이오 기술은 그 학문적, 상업적, 사회문화적 중요성과 향후 기술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정부차원에서 그 연구개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1년에 'National Nanotechnology Initiative'를 수립하여 2015년까지 성취할 10대 나노기술 연구개발 목표를 설정하였는데, 이중 다음 4가지가 나노바이오기술(1. 암의 조기발견·진단·완치, 2. 나노급의 의약품 합성 및 전달체계 확립, 3. 인공장기 등의 나노급 융합기술개발 4. 생체 적합형 물질 및 시스템 개발)에 관한 것이다.
나노바이오기술이 본격적으로 연구 개발되기 시작한 지는 5~6년밖에 되지 않아 아직 초기단계에 있지만 세계 각국의 적극적인 연구비 투자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기존의 바이오기술과 접목하여 DNA칩, 단백질칩 등 진단 또는 생체물질 분석을 통한 신약개발, 임상병리학적 목적의 분석 시스템, 진(gene)의 기능을 밝히기 위한 연구용칩 등의 활용이 가시화되고 있다. 기술개발 발전단계에 있어 일부는 이미 개념 정립단계를 벗어나 미국 및 일본의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벤처기업들에 의하여 상용화가 진척되고 있다. 많은 아이디어들이 <네이처>, <사이언스> 등의 저명한 잡지를 통하여 발표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아직 개념 정립단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들어 21세기 프론티어사업, 성장동력사업, NCRC(국가핵심연구센터)사업 등을 통하여 나노바이오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나노바이오기술은 21세기 인류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꿈의 기술로서, 의학, 재료, 정보, 에너지, 농수산, 환경 등의 분야에서 경제적,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나노바이오기술의 발전은 물리, 화학, 의학, 전자공학, 재료공학 등 다양한 기초과학 및 공학의 융합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암치료에 적용
한편, 최근 근적외선 조사 기술과 탄소나노튜브의 열 생성 능력을 결합시킨 새로운 광에너지요법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새로운 광에너지요법이 암세포를 파괴할 때 광감응물질 및 광 조사를 이용한다는 점은 종래의 광에너지요법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기존의 광에너지요법이 암세포를 파괴하는 데 있어 광감응물질에 의해 생성된 활성산소를 이용하는 것에 반해 새로운 광에너지요법은 광감응물질에 의해 생성된 열을 이용한다는 점이 기존 광에너지요법과 다르다. 종래의 광에너지요법은 암치료에 극히 유용한 테크닉이지만, 활성산소 방출에 따른 몇 가지 부작용이 있다. 인체가 빛에 노출될 때 피부가 부풀거나 붉은 반점이 생기고, 몸이 아프고, 입맛이 가시며, 침을 삼키면 목이 아픈 등의 부작용이 있는 것이다. 또한 체내에 축적된 활성산소는 생체분자와 반응하여 노화촉진, 면역력 약화, 탈모, 또 그로 인한 각종 퇴행성 질병 유발 등의 후유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최근 근적외선에 노출될 때 열 및 활성산소를 생성시키는 특성을 포함한 암 치료물질로서의 다공성 실리콘의 특성을 탄소나노튜브와 비교하는 한편, 나노 다공성 실리콘과 탄소나노튜브 등의 광감응물질에 의하여 생성되는 활성산소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방법과 그 이론적 배경을 제시하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논문에서는 나노 다공성 실리콘에 의해 생성된 활성산소로 산화시킨 철 샘플을 X-선 회절분석하고, 그것을 통해 나노 다공성 실리콘에 의해 생성된 활성산소의 양을 간접적으로 측정하였다. 분석결과는 이 방법이 매우 신뢰성 있고 재현성 있음을 보여 주었다. 또한 실험 결과 다공성 실리콘이 근적외선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에서 많은 활성산소를 생성하지 않고 암세포 또는 다른 나쁜 세포를 죽이기에 충분한 열을 발생시키는 광감응물질로 이용될 수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나노 다공성 실리콘의 표면 온도는 탄소나노튜브와 같은 정도로 높게, 또 바르게 증가하지만 탄소나노튜브보다 훨씬 더 적은 활성산소를 생성한다. 나노 다공성 실리콘이 암세포가 단일산소과 같은 활성산소에 의해 제거되는 종래의 광에너지요법에서의 광감응물질로 사용되는 경우 탄소나노튜브보다 더 적은 활성산소를 생성하므로, 나노 다공성 실리콘은 탄소나노튜브보다 덜 효율적인 암치료제가 될 것이다. 이에 반해 나노 다공성 실리콘이 열 또는 폭발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새로운 광에너지요법의 나노폭탄 치료제로 사용될 경우, 탄소나노튜브보다 더 적은 활성산소를 생성하여 활성산소 생성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후유증이 더 적기 때문에 나노 다공성 실리콘은 더 바람직한 치료제가 될 것이다. 활성산소의 방출이 거의 없으면서 충분한 열을 발생시켜 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 나노 다공성 실리콘은 부작용이 없는 암치료를 구현시켜 줄 유력한 암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광역동요법으로는 피부 가까이 위치한 암세포만 제거할 수 있는데 반해, 본 기술로는 근적외선이 인체를 잘 투과하므로 체내 깊숙이 존재하는 암세포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또한 염료 고분자 광감응제는 가격이 매우 비싼 반면, 나노 다공성 실리콘은 간단한 전기화학적 방법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므로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데다, 독성이 전혀 없고 미생물에 의하여 인체에 무해한 물질로 잘 분해되기 때문에 안심하고 체내에 주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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