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입시지옥으로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와 대학들의 불협화음에 다시 한 번 수험생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참여정부 초기부터 추진한 08학년도 대학입시 개혁안의 주된 골자는 이러하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내신의 비중을 높이고, 수능의 경우 점수를 표기하지 않고 9등급화하여 비중을 낮춘다는 것이다. 논술의 경우 문제풀이형 금지 등의 가이드라인을 지킬 것을 명시했다. 하지만 최근 발표한 주요 사립대 입학 전형은 이것과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학측은 내신의 실질 반영률은 자율사항이며 수능 또한 영역별 등급을 점수화하고 게다가 수능만으로 뽑는 전형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논술의 경우 가이드라인 때문에 변별력 확보가 어려워 비중을 축소하겠다고 한다. 달라도 너무 다른 입장이다.
이렇게 교육부와 대학들이 기싸움을 하고 있는 사이 전국의 고등학생들은 내신, 수능, 논술을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고 부르며 그 급격한 변화 속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한 가지만 잘 해도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대학 쪽의 설명과는 달리 여러 번의 기회를 노리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여러 전형을 염두에 두고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입시 부담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또한 몇 년 전부터 불어 닥친 통합 교과형 논술 열풍도 다시 찾아온 수능 열풍에 다소 잠잠해질 태세다. 이러한 혼란 속에 한편에서는 내년에는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쏟아지고 있다. 말 그대로 대학도, 교육부도 이미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셈이다. 또한 08학년도 대학입시가 특목고 학생들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예측도 빗나갔다. 대학 측에서 특목고의 중위권 학생들을 최대한 끌어가겠다는 의도가 섞여있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공교육의 정상화, 대학들의 인재 확보 등을 제쳐 두더라도 신뢰가 가지 않아 그대로 따를 수도 없는 줏대없는 대학입시 전형에 가장 상처받는 것은 학생들이며 그들은 늘 수동적인 피해자의 위치에 서게 된다.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추랴. 그저 모두 다 잘 해야 된다는 진리 아닌 진리만 남을 뿐이다.
 이선희 편집위원 lshlsy@cau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