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호 [시사포커스] 총선과 창당붐
2003-04-04 14:03 | VIEW : 27
 
128호 [시사포커스] 총선과 창당붐
정치권의 내집 마련, 창당?



   한동안 고위층 안방마님들의 옷 로비 사건과 검찰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의 진실을 밝힌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청문회가 정쟁(政爭)의 장이라는 수단만 부각시키고, 의혹과 분노만 남긴 채 그 막을 내렸다. 청문회가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동안 또 하나의 ‘정체불명의 불씨’가 잉태되었는데, 8.15 경축사에서 대통령의 ‘신당창당’ 화두가 그것이다.

   그 성격으로 ‘중산층과 서민 중심의 개혁적 국민정당’ 그리고 ‘개혁적 보수세력과 건전한 혁신세력을 포괄하는 정당’을 제시했고, 보름 후 새정치국민회의 지도부는 신당창당을 결의하면서 대통령의 발언을 현실화하였다. 여기에 질세라 한나라당은 ‘제2 창당’으로 여권의 정세몰이에 맞대응 하면서, 대한민국 정당사에 일찍이 없었던 ‘창당’의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무엇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삼척동자도 안다. 내년 4월에 치뤄질 총선을 겨냥한 포석이다. 여야 공히 ‘창당’이라는 주제로 가닥을 잡았으니 본격적인 접전으로 수순이 이어질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밝혔듯이 ‘신당창당’의 목적은 정치가 제역할을 다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하자. 그러나 그것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중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제시되면서 창당 논의는 선거법 개정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였다.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확고하다고는 하지만 ‘다시 한번 금뱃지를 달고자 하는 ‘기득권 고수’의 비공식적 기류는 당내 그리고 공동여권 내에 혼선을 가져오고 있다. 본격적인 이해득실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다 야당은 이에 대해 강력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어서 한창 진행중인 신당창당 작업과 어떤 형태로 결합될지 미지수다. 현 정치풍토에서 가장 강력한 변수는 여전히 보스의 시선이 어디로 가느냐 하는 것이며, 거기에서부터 싸움선이 형성된다.

   정당의 존재이유는 정치권력의 획득이라고 했던가? ‘신당창당’을 제기한 이유는 그럴싸했다. 그러나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제안하는 과정이 또 하나의 보스정치의 산물이었다. 실현과정이 목적에 구속되지 못하고 그것을 실현시킬 역량이 부족할 때, 현실에서는 타협이 존재하게 마련이며 기득권의 포기는 있을 수 없다. 김영삼 정권이 들어섰을 때 함부로 외쳤던 개혁을 개혁이라고 명명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권 내에 당내 민주주의가 거론될 수 없는 상황에서 ‘신당창당’의 본래의 모습은 변질될 수 밖에 없으며, 결국 또 한번의 정권창출을 위해 윤색된 시나리오로 판명되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29일 창당발기인대회를 가졌던 민주노동당이 보수일색인 기존의 정치구조에 변화를 가져오겠다며 제도권 진입의 의지를 표명하였다. 이를 위해 중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내심 바라고 있다. 선거제도가 바뀌면 얼마간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게다가 현재까지 진행되어 온 과정이 기존의 정치관행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관심과 격려를 보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창당의 실체화 과정에서 총득표율 2%에 집착하여 목적이 변질되지 않기를 바란다.

   '소외’는 목적과 수단의 전도에서, 그리고 실체와 표상의 미끌어짐에서 발생한다. 민주주의를 실현시키기 위해 고안된 수단의 안위가 목적을 대체시키고 있고, 기본적인 생활의 실천원리이자 하나의 정치원리로서가 아니라 패거리들의 ‘게임의 법칙’으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에서 국민이라는 대중은 소외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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