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호 [시사특집] 시선집중, NGO ③ 동티모르 파병과 NGO
2003-04-04 14:06 | VIEW : 25
 
131호 [시사특집] 시선집중, NGO ③ 동티모르 파병과 NGO
외교적 생색내기와 군사적 만능주의

이원재 편집위원


NGO의 일반화만큼이나, NGO의 관성화를 우려하는 단체들이 있다. 이들은 시민단체의 관료화나 권력화, 그리고 우경화된 유럽식 사민주의 노선에 대한 추종을 경계하며,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도 좀더 대안적인 시선과 실천을 모색하려 노력한다.

  지난 11일 탑골공원에서 열린 ‘동티모르 파병에 대한 반대집회’는 NGO들의 이같은 노력을 잘 보여준 예이다. 집회에 참가한 단체들은 먼저, “동티모르 파병과 관련된 정치권의 논쟁과 언론의 보도가 마치 ‘인권과 동포애’의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핵심적인 문제인 인권과 평화는 부차적으로 취급되고, 파병의 수위와 인도네시아 동포의 입장을 둘러싼 여·야간의 ‘정치쇼’가 주요 화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참가자들은 ‘외교적 생색내기와 군사력 만능주의’의 산물이 되어버린 동티모르 파병은 전면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몇 해전 동티모르 민중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을 때, 김대중 대통령은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인도네시아와의 외교를 이유로 동티모르 측의 면담마저 거부했다. 따라서 이번의 급작스런 파병은 동티모르의 ‘평화정착과 인권수호’에 대한 관심보다는 ‘생색내기식’의 정치적 의도가 주된 목적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동티모르의 평화정착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 없이, 군사력 만능주의에 입각한 파병결정 역시 문제이다. 왜냐하면 군사투입이 아니라 동티모르 민중의 독립역량 강화, 동티모르를 둘러싼 지배계급과 군부를 지원하는 억압적인 국제관계 해체 등 평화와 인권을 중심에 둔 다양한 지원이 더욱 시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정부의 파병 논의에는 이러한 구체적인 고민이나 대응방식은 찾아볼 수 없다.

  다음으로 한국의 전투부대 파병에 대한 정당성도 많은 문제가 있다. 이번 파병은 평화유지군(PKO)이 아니라 무력사용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다국적군’이다. 따라서 다른 나라 민간인에 대한 무력 행사 자체가 결코 평화적일 수 없으며, 특히 한국군은 베트남전 당시 민간인 학살과 같은 만행과 과오를 저질러 온 ‘전쟁범죄 미청산 군대’이다. 즉, 한국군의 전투부대 파병은 결코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마지막으로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한국군의 몰이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유엔이 제시하는 평화유지활동은 분쟁억제와 평화정착을 위한 광범위한 활동이며, 이에 각국의 평화유지군은 별도의 프로그램 이수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한국군은 이러한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으며, 이를 교육받은 병력 역시 전무한 상태이다. 심지어 이번 파병에서 정부는 특전사 부대를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 이유로 “온 몸이 무기화된 특전사들의 뛰어난 게릴라전 능력과 실전 경험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는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무지와 무능력을 스스로 자랑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처럼 국제분쟁에 대한 근본적인 평화와 인권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한국군의 동티모르 파병은 철회되어야 한다”는 NGO의 목소리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왜냐하면 정치권의 동티모르 파병 논쟁은 “제사보다는 젯밥”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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