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호 [시사기획] 권력과 전자감시 ③전자감시사회의 새로운 저항운동
2003-04-04 14:06 | VIEW : 20
 
132호 [시사기획] 권력과 전자감시 ③전자감시사회의 새로운 저항운동
감시와 통제의 전자 눈, 현실과 가상운동의 결합으로 맞선다

백욱인 교수 / 서울산업대 사회학


정보화가 진전되고 네트워크의 사용이 확대되면 개인에 대한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된다. 정보화가 진전될수록 개인의 신상에 관한 정보는 정부나 기업의 거대 데이터베이스에 차곡차곡 모이게 된다. 네트워크를 활용한 의사 교환과 상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 개인의 신상에 관한 정보뿐만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진 개인의 생각과 활동까지도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된다. 이렇게 모여진 데이터들은 정부나 기업의 목적에 따라 자의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데 정보사회의 어두움이 있다. 정부는 이를 주민통제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고, 기업은 상업적 목적으로 소비자 정보를 활용하게 된다. 만약 정부가 보유한 방대한 양의 개인 신상정보와 기업이 보유한 개인의 상거래 활동 및 소비행태에 관한 정보가 서로 연동되어 관리될 경우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여지없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일상과 가상공간에서의 감시체제

  전자감시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감시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의 신상에 관한 주민등록정보가 경찰청의 범죄기록 데이터베이스와 연동되어 활용되기는 매우 쉬운 일이다. 우리는 대부분 최소한 한두 번의 불심검문의 경험을 갖고 있다. 경찰청으로 조회된 나의 주민등록번호는 곧바로 경찰청의 범죄기록 데이터베이스에서 나의 범죄기록과 대조된다. 우리는 자신의 과거가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전자 연고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공공질서의 유지와 사회안녕’이라는 명목 아래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권력의 감시와 통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전자감시는 비단 국가 권력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보기술이 생산에 도입되면서 각종 감시와 통제기술이 발전하게 되고 작업장에서는 각종 신기술을 활용하여 노동자의 작업과정을 낱낱이 감시하고 통제한다. 작업 반장이나 감독의 부릅뜬 눈이 아니라 전자 눈으로 감시와 통제가 이전되고 있다. 감독관의 노골적 통제에서 정보와 기계를 활용한 통제와 감시로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자 눈의 감시와 통제는 현실세계뿐만 아니라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더욱 공공연하게 이루어진다. 사이버스페이스는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지는 정보와 생각의 나눔터이다. 이곳에서는 갖가지 생각이 오가고,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아이디어와 생각과 의견이 교환된다. 그러나 사이버스페이스는 전자기술을 활용하여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따라서 전자기술을 활용한 감시와 통제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나의 신상에 관한 정보와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이루어진 나의 생각과 활동에 관한 정보는 아주 손쉽게 통제될 수 있고 추적될 수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사회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사이버스페이스는 자유의 왕국이 아니라 감시와 통제가 판치는 가짜 공간으로 전락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는 공안기관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 통신 서비스사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 전자상거래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 타인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나타난다. 이는 국가와 기업에 의한 개인정보의 유출과 사생활의 교란을 말한다. 특히 국가나 기업에 의한 개인정보의 유출은 하나의 개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조직적 폭력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동체적 차원의 대안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전자주민증을 사용한 주민통제 발상이나 디지털주민증 등은 국가가 추진하는 전자 시대의 감시로서 이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대가 필요하다. 그밖에 개인 신상 정보의 유출에 대해서도 법적인 금지 조항을 만들어 프라이버시 보호 권리를 지켜나가야 한다. 공익과 공안을 이유로 간단하게 통신 회사의 아이디를 뒤지고 개인정보에 대한 감찰이 이루어지는 한편 상업적 목적으로 개인의 신상정보가 팔리거나 유출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우리 현실에서 사이버 권리의 중요 요소로서 프라이버시에 대한 강력한 보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전자감시체제에 대항하는 새로운 저항운동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이 운동에서는 프라이버시 보호와 정보 공개의 요구를 결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생활의 보호와 공공정보의 공개는 동전의 앞뒷면 같은 것이다. 공공기관과 권력이 수집한 시민에 관한 정보와 시민의 세금으로 만든 자료와 정보, 그리고 시민을 대상으로 수집한 통계 자료 등은 공개적으로 사용되고 다른 사용자에게도 사용이 자유롭게 허락되어야 한다. 그래야 공공정보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권력의 정보이고 권력의 유지를 위한 감춰지는 정보가 된다. 따라서 프라이버시를 충분히 보호하는 수준에서 모든 정부 관련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 그래야 투명한 권력이 가능하고 권력의 부패가 줄어들 수 있다. 감춰진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관한 정보가 명백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정보정의 실현을 위한 운동 모색돼야

  이러한 정보 공개 운동을 토대로 하면서 더 넓은 의미의 정보정의 실현을 위한 운동을 조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보정의 운동은 현실 운동과 사이버스페이스 운동을 결합하여야 하고, 운동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하며, 연대를 기반으로 한 공동 행동의 구체적 사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 공적 분야의 요구를 먼저 확정하면서도 그것을 추상적 주장이 아닌 구체적 사안을 중심으로 꾸려야 할 것이다. 시민적 공적 요구를 개인적 이해 관계와 연결해야 정보정의를 위한 운동이 현실에 뿌리내릴 수 있다. 운동 방식에서도 종래의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전문적 차원의 수많은 운동 거점을 마련하여 그들을 네트워크에서 서로 연결해야 한다. 그러한 기반을 통해 전문 단위간의 전문적 연대를 확장해야 할 것이다. 이 때 전문적 운동 거점간의 연결 노드를 폭발의 기점으로 잡아 조그만 저항의 단위들을 충실한 네트워크로 엮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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