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호 [겨울이야기 첫 번째 : 밀레니엄과 민중행동] ’99 제2회 서울 국제 노동미디어
2003-04-04 14:10 | VIEW : 26
 
134호 [겨울이야기 첫 번째 : 밀레니엄과 민중행동] ’99 제2회 서울 국제 노동미디어
정보와 노동운동이 만나다

김성희편집위원



  노동운동. 왠지 쾌쾌한 막걸리 냄새와 소주병, 어두운 골방의 80년대 이미지가 떠오른다. 분노와 치열함의 긴장이 팽배하고, 거리의 화염병과 쓰러지는 동지들의 모습, 모험담과도 같은 집회의 모습. 과거 속에 정지된 흑백 사진과도 같이, 변화된 현대의 담론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런 모습 말이다. 하지만, 노동운동은 과거의 흑백사진이 될 수 없다. 국면과 정세에 맞는 새로운 전략과 전술이 끊임없이 고민되고 모색되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5일부터 1주일간 진행된 ’99 서울국제노동미디어에서는 “자본의 전지구적 공세에 맞선 노동자의 세계적 네트워크 전략”이라는 기조 하에 미디어를 통한 노동운동의 적극적 대응 전략이 모색되었다. 2개의 주제토론과 11개의 워크삽으로 구성된 이번 국제노동미디어는 미디어에 대한 관심과 조직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노동운동의 전략을 모색한다는데 의의를 지닌다. 이번 국제노동미디어에서는 총 세 가지의 기본 전략과제를 제시되었다.

  우선, 초국적자본과 신자유주의라는 보편적인 세계적 정세에 따라 노동진영의 국제적 연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의 교환은 불균등성과 특수성을 지닌 각국 노동진영의 경험사례를 공유하여 일상적 연대와 초국적자본에 대한 공동대응을 가능케한다. 이러한 문제 의식 속에서 미국, 독일, 그리고 한국의 Labornet 사례를 바탕으로 Global Labormet의 활성화 방안이 모색되었다.

  또한 미디어를 통한 국제적 연대의 가능성만큼이나 중요시되어야 하는 것은 한 조직내의 의사소통 체계일 것이다. 현재 한국 노동진영에서는 평조합원과 조합대표간의 수직적 의사소통 체계가 이따금씩 문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과 조직간의 단절은 상명하달식의 명령체계를 낳고 있으며, “열심히 투쟁합시다”라는 상투적 구호에 의한 의무조항만이 난발할 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국제노동미디어에서 논의된 조합 내의 의사소통 체계에 대한 문제제기는 무엇 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 조직내의 수직적 의사소통체계에서 소외된 평조합원, 특히 여성 조합원을 아우를 수 있는 의사소통 체계에 대한 문제제기 속에서 민주주의적 의사소통의 확립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이에 폭 넓은 미디어 교육의 방안과 사이버 공간에의 진입장벽 해소방안이 모색되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노동미디어에서 주목하는 전략과제는 인터넷 방송, 위성채널 등의 뉴미디어를 통한 새로운 미디어 활동이다. 미디어의 대중화와 효율적 홍보 효과를 전제로 각종 영상물을 통한 노동운동전략, 노동대중을 상대로 한 노동운동의 독립적인 미디어 활동이 터키, 일본, 한국의 노동자 비디오 운동 사례와 인터넷 방송의 가능성 모색에 관한 논의를 이끌었다.

  정보화와 세계화라는 변화하는 정세 속에서, 이제 보다 효율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전략이 모색되어야 함을 제시하는 이번 서울국제노동미디어는, 테크놀로지와 정보로부터 소외된 노동진영에 보다 힘있는 도구를 제시할 수 있었다. 특히 한국 노동진영에 미디어운동에 대한 신선한 문제제기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제시는 이후 새로운 노동운동의 또 다른 전략을 모색하는데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전 세계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이제,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 일상적 연대의 꿈이 실현될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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