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호 [시사기획] 언론개혁리포트-② 왜곡된 광고·판매 구조
2003-04-04 14:37 | VIEW : 23
 
151호 [시사기획] 언론개혁리포트-② 왜곡된 광고·판매 구조
부수 지향의 전근대적 사고 벗어나야

임동욱 / 광주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신문사의 생산 과잉 현상은 한국의 신문사들이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 태동하였기보다는 재벌이나 종교 단체의 정치적 계산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신생 신문의 경우 재벌이나 종교 단체가 신문의 경영 악화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이전, 부당 내부 거래, 광고 지원, 자기 재벌이나 종교 단체의 소속원들에게 신문 구독의 강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신문사를 운영하여 왔다.
시장의 정상적인 메커니즘에 의해 생산의 조절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생산의 공급 과잉을 억지로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상황이 이루어진 것이다. 생산 과잉은 무가지 등으로 이어지며 신문의 상품성을 신문 스스로가 떨어뜨리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신문은 권력과 결탁하여 고속 성장을 해왔고, 신문사 자체가 하나의 권력 기관이 되어 버렸다.

신문광고의 수주에서도 이러한 권력기관의 속성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광고 수주가 정상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신문의 권력적인 속성을 내세우며 광고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광고 지면을 독점하고 있는 신문사에 광고의 요금이 비싸더라도 이를 항의할 수 없고, 또한 권력화되어있는 신문사에 광고를 하지 않으면 당한다는 심정에서 울며겨자먹기로 광고를 강요당하고 있다.
기업의 공장 준공이나 창립기념일 등 특수한 경우에는 모든 신문에 광고를 주어야지 특정 신문에만 광고를 주면, 괘씸죄에 해당하여 다음에 어떤 식의 보복을 당할 질 몰라 일괄 광고를 하여야만 한다. 광고의 효과, 기업의 입장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그야말로 정치적인 배려에 의한 광고 게재이다.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관계에 의한 배려성의 정치적 광고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한국 신문의 공급 체제는 1987년부터 무너지기 시작하여 1987년 당시 일간지의 수가 28개 (중앙 18개, 지방 10개)였던 것이, 1998년 8월에는 110개 (중앙 45개 지방 65개)로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2000년 7월 현재 115개 (중앙 62개, 지방지 53개)로 계속 늘어나 생산의 과잉이 일어나고 있다.

각 신문들은 CTS(컴퓨터 조판 방식)도입, 석간 신문의 조간 전환, 증면 및 부록 생산, 분공장 설치 등으로 치열한 경쟁을 하며 생산의 공급 과잉을 부추긴다. 자본재에 대한 무리한 투자는 신문사의 경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1-2년 전에는 인원 감축 등에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신문의 생산 과잉은 한정된 독자 시장을 놓고 살인까지 일어나게 되는 치열한 경쟁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러면서도 한국광고주협회가 실시한 2001 인쇄매체수용자 조사에 의하면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3개 신문사가 전체 시장의 72%를 독점하는 상황이 나타나게 된다.

특정신문에만 광고하면 괘씸죄
양적인 팽창 위주의 경쟁, 즉, 부수 경쟁, 증면 경쟁 등은 광고 시장의 왜곡을 초래했다. 일부 신문의 판매 부수 과점현상이 나타나고, 이에 따른 상위 신문사간의 패권 쟁취를 둘러싼 선두 다툼 및 판매 부수를 둘러싼 자존심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한정된 광고 시장을 놓고 기존의 신문들은 그들끼리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한편, 신생신문사의 시장잠식에도 맞서 독자 및 광고시장의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확대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신생 신문사들은 이들의 패권주의에 맞서 출혈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문화일보, 국민일보, 세계일보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 신생 신문들은 기존의 신문과 경쟁하기 위해 관계 재벌이나 기관으로부터 부당한 지원을 받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각 신문사들은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하여 인쇄시설이나 판매망의 확충을 벌이게 되었고, 이에 따른 재정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광고수입 확보는 필연적이었다.

즉, ‘경쟁의 확대 → 인쇄 시설 확대, 판매망 확대 → 재정적 부담 해소 → 광고 수입 증대 → 부수의 확대’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고 있다.시장의 합리화가 되려면 무엇보다 먼저 소유주와 경영주의 사고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의 신문사주들은 신문을 족벌 소유화거나 재벌의 영향력 확대, 그리고 그들의 정치력 확대를 위한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한국의 신문사들에게 부수가 그렇게도 중요한 것은 독자의 수는 영향력의 증대라는 전 근대적인 사고 때문이다.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르 몽드, 가디언의 부수는 백만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국의 신문들이 부수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은 양적인 팽창만이 최고의 선이라는 봉건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국의 신문들은 부수로 나타나는 양적인 확대에만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이는 한국의 신문들이 족벌들이나 재벌 그리고 특정한 종교 집단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문사의 운영이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되기보다는 신문사 사주의 개인적인 취향, 경영 방침에 의하여 좌지우지되고 있다.한국 신문 시장의 유통은 한 마디로 전근대적이며 왜곡되어 있다. 한국 신문의 유통은 본사에서 지국을 거쳐 독자에 이르는 유통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유통 시장 자체가 불합리한 경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선 본사와 지국간의 관계가 종속적이어서 정상적인 유통 시장이 형성될 수 없다.

구독료 중심 경영으로 변화해야
형식상으로 지국은 본사에서 독립되어 있는 독립체인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본사의 일방적 계약과 통제에 의하여 철저히 종속되어 있다. 한국 신문 산업이 계속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정상적인 시장의 조성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신문들 스스로가 자기의 상품을 싸구려로 몰고 가 스스로 상품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신문의 구매가 독자들의 자발적인 선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구독 강요, 경품 제공, 이삿짐 날라주기 등의 강압적이고 쥐어짜듯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일반 독자들 사이엔 신문은 싸구려라는 인식이 자리를 하고 있다.

집 앞에서 굴러다니는 신문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신문이 품위 있는 상품이 아니라 싸구려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신문 스스로가 자기의 상품을 덤핑 상품처럼 취급한다면 시장에서의 교환가치는 보장받을 수 없다. 잘못 인식된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려 놓기란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신문은 자기의 가치를 스스로 보존하는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분간은 어렵더라도 신문의 수입 중에서 구독료의 비중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구독료 중심의 경영은 광고료 중심의 경영보다 안정적이고 광고주의 압력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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