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호 [시사포커스] '사각을 허물며 - 너무먼 복지,이제 우리손으로'를 다녀와서
2003-04-04 14:53 | VIEW : 27
 
160호 [시사포커스] '사각을 허물며 - 너무먼 복지,이제 우리손으로'를 다녀와서

성은미 편집위원

지난 10월 27일 오후 1시경부터 본교 학생회관 주위가 부산스러워졌다. 학생회관, 농구장, 해방광장 등에는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갖가지 플랭카드와 사진이 걸렸다. 게다가 조끼를 맞춰 입는 노동자들과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 깡마른 이주노동자들이 학생회관 근처를 메웠다. 이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주노동당, 노동자의 힘(준), 사회당의 진보정당과 15개 사회단체가 10월 26일부터 3일간 본교에서 진행한 ‘민중복지, 노동자·생활권 쟁취를 위한 연대한마당’(이하 한마당) 사전준비였다.

이 행사는 26일 참여단체공동토론회로 시작해 27일 ‘어울림의 날’의 각종 행사와 28일 ‘행동의 날’의 행진으로 마무리 되었다.이번 한마당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폭력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노동시장유연화 과정에서 항상 주변부에 머물러있는 비정규직노동자·장애노동자·산재노동자·이주노동자·실업노동자 등이 주축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27일 ‘어울림의 날’에는 본교 곳곳에 각종 주변부 노동자 마당이 열렸다. 이는 기존 토론회 중심 행사를 넘어 학생들과 단체 참가자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주변부 노동자들의 ‘노동권’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의 ‘생활권’에 대한 논의가 함께 진행되었다. 이는 26일 진행된 참여단체공동토론회에서도 확인되었듯이 이론적 논의보다는 참여한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실천적인 논의가 진행되었다. 27일 ‘어울림의 날’, 산재노동자마당에서는 ‘숨쉬고 싶다’는 외침이 담긴 포스터 등이 전시되었고 산업재해, 노동자건강을 위한 사회단체들은 ‘산재보험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 출범식을 치뤘다. 실업노동자마당에서는 풍물패의 길놀이가 진행되었고, 비정규노동자마당에서는 노동자탄압에 대한 비디오상영과 사진전이 진행되었다. 또한 사회복지노동자마당에서는 사회복지시설 비리와 관련된 선전전이 진행되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장애인 마당에서 실시된 ‘장애체험’이었다. 비정규노동자와 이주노동자들은 휠체어를 타고 본교의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면서 장애노동자들의 이동권, 특히 교육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각 마당에서는 각종 서명전이 진행되었고 참가단체들이 기증한 책 판매도 있었다.

이번 한마당 행사는 노동의 분할통치를 통해 서로 끊임없이 쪼개지고 있는 주변부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들 삶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다. 함께 무엇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기본 전제는 서로에 대한 이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로의 요구들이 혹시 상충되지 않는가, 정규직 노동자들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등 아직 산적한 과제가 남아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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