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호 [사회쟁점] 보궐선거를 통해서 본 2002 대선 전망
2003-04-04 14:59 | VIEW : 21
 
162호 [사회쟁점] 보궐선거를 통해서 본 2002 대선 전망
낡은 지역주의의 부활과 제3의 정당

신용덕/정치외교학 석사 4차

과연 한국 정치사회의 이념적 보수성과 지역적 결집을 전복시키기로 한 대안세력으로서의 제3의 정당은 생존가능한가. 구체적으로, 그것이 가능하다면 공고한 지역정당구조를 혁파하고 새로운 이념을 창출할 수 있는 정책과 전략은 어떠한 행위를 통해서 실현되어야 하는가. 이념적 치우침 없이 우리는 지난달 25일 있었던 보궐선거에 나타난 한국정치의 사회구조적인 낙후성과 정치과정적인 모순을 고찰함으로써 내년 이후에 전개될 선거정국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지적할 수 있는 기회를 껴안게 된다.

지역주의, 계층에서 연고로

선거 이후 현 정국은 민주당의 경우 10여명의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후보 조기가시화론’과 ‘당정쇄신론’ 등을 얼싸안는 계파정치로, 그리고 한나라당의 경우 선거결과의 직접적인 승인을 ‘대통령누수현상’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라는 치부를 통해 정치적 안배를 도모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는 내년 대선의 향방을 가늠하는 정치사회적인 ‘운신의 폭’을 미리 결정짓는 단초가 되었다는 점에서 ‘기대되지 않은 결과’로 사료된다. 반면에 이러한 선거 전 잇따라 제기된 여권의 비리 의혹과 실정, 반복적인 DJP공조 붕괴, 여권 내 뚜렷한 대선 후보의 부재, 그리고 보혁(保革)갈등에서 불거진 국민의 불신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또한 ‘예상된 결과’였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당 내외에서 제기되는 일정한 이권논쟁에 경도됨으로써 선행되어야 할 몇 가지 합의물을 간과하고 있다. 우선,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양당을 중심으로 한 계층적 결집양상이 단기적이나마 소멸됨으로써 불가분의 지역적 경계선까지 불투명하게 하는 징후가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계층으로서의 지역주의’가 잠식되고 또다시 ‘연고로서의 지역주의’가 수면위로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 동안 강남과 강북을 중심으로 한 중산층과 노동자, 서민층의 지배적인 계층구도가 형성됨으로써 지역정당으로의 대립상은 명확했다. 그러나 구로와 동대문에서 이 전통가설이 반박됨으로써 민주당의 우세지역이었던 두 곳 모두 한나라당으로 이전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계층적 소속감을 통한 정당지지와 지역적 결집에 대한 전통적 논리기반이 감소하였고, 정책적 실패와 집권내부의 분열이 주는 효과는 국민의 정치적 지지에 대한 이반현상의 심화를 초래했다. 이는 곧 서울 중심부 내의 호남 지지층의 열세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집권당의 정책수행의 개방성과 효율성의 한계는 제한적으로 제도권 사회 내에 존재하는 대항세력의 동력원을 강화시킴으로써 계층적 소속의 불투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여야 대립구도를 필연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또한 사회당과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하는 진보정당들의 제도권 진입이 한계에 부딪쳐있다는 점이다. 진보정당은 제도적으로나 정책과정에서나 일정정도의 폐쇄성을 노정하고 있다손 쳐도 새로운 이념정당으로서의 개방성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런 개방성을 통해서 진보정당이 소수층, 소외계층의 의사표출기제를 구성하기 위해 제도권으로 진입하려는 노력은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넘어서기 위한 제도적 문턱이 낮아지고 폭이 넓어졌다고 하더라도 한국 사회에서 진보세력의 거대정당과의 이념·정책적 차별성을 갖기 위한 의도와 행위 자체는 기우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선거 경우에도 해당 이해관계자들의 정치적 사고와 신념체계의 편협함을 보증하는 이데올로기와 정책의 수용불가능성은 확인되었다. 정당 내외적으로 아직 기존의 정치경제적 후원·수혜 구조(patron-client)를 중심으로 한 지역적 결집이 강건하고, 정책자율성에 있어서도 기업과 관변 단체를 중심으로 구조화된 상황에서 이러한 결과가 유발된 것은 자명하다.

또한 이것을 타파할 수 있는 대안세력의 이념·정책적 합의가 결여되었음은 이를 반증하는 결정적 요인이었다. 그럼으로써 기존 보수정당구도를 전복시킬 수 있는 대안은 ‘명목상의 운동’이란 비판을 떠 안고 침식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재보궐 선거는 3김의 생물학적 집권기간이 감소함에 따라 지역적 결집현상의 완화가 동반될 것이라는 가설을 구체화시켜주는 단초가 되었다. 또한 이념·정책적 대안세력이 후원·수혜관계 중심의 거대정당구조를 넘어설 수 없음이 가시화 되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갖는 이면에는 역설이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계층적 지지형태로 일관돼왔던 지역적 결집과 정당구조의 이완은 한편으로는 안개정국 속에서 확고한 연고주의를 통한 정치적 동원을 대안으로 제기하는 부정을 구조화시켰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선거전략과 경제적 이해관계의 우위를 점유하고 있는 거대정당의 메커니즘을 잠식하는 것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계층적 지지기반의 공백상태를 대안세력이 수용할 수 있는 긍정을 낳았다.

진보정당간의 연대 필요

정치적 충원능력과 조직성이 강화된 거대정당은 지역적 안배를 유산으로 남김으로써 ‘경쟁력 없는 지역주의’를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한나라당의 지역적 결집의 형태는 우선적으로 복고적 지역성이 작용한다는 가설과 함께 3김의 대중동원능력이 감소되고 있다는 사실은 거대집권정당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야당으로 전락 가능한 민주당의 결집능력이 저하되고 공조집권당이었던 자민련이 몰락함으로써 구체화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명목으로 지배세력에 대한 시종(始終)된 비판세력으로서 기능하고 있는 진보정당은 민주당에서 ‘유실된, 혼돈하는’ 계층을 동원·수용함으로써 대안세력으로서의 기반확충을 꾀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제3의 정당’의 제도권진입을 위한 문제는 외적인 문제임과 동시에 내적인 한계에서 찾아져야 한다. 그것은 결성된 정당 내 합의의 일관성 상실이다. 이는 운동권 내부의 분열적 양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진보정당간의 응집력과 제도권 정당과 같은 전국적 분파조직 형성의 미약함은 소외된 이념에 대한 합의, 정책에 대한 전문성과 다양성을 모태로 해야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시민단체, 노동단체, 그리고 동종의 진보정당간의 연대적 합의를 통한 제도권 진입이 거대정당제도에 대한 무의식적 선호도와 정책적 유연성을 소멸시킬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차별성을 부여할 수 있는 역사적 과정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대중적 동원능력의 한계점을 소멸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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