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호 [현장의 숨결] '투자협정-WTO 반대 국민행동' 사무국
2003-04-04 15:04 | VIEW : 29
 
165호 [현장의 숨결] '투자협정-WTO 반대 국민행동' 사무국

송승환 편집위원

최근 철도·발전노조의 파업은 국영기업의 민영화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노동자들의 한 목소리였다. 국가 기간 산업의 민영화는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노동자들의 의견은 고려되지 않은 채 시행되려는 측면이 강하다. 이에 신자유주의 확산 저지를 위해 각 부문운동에서 투쟁하고 있는 활동가의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투자협정·WTO 반대 국민행동’(이하 행동) 사무국 상근 활동가 류미경(27세, 여)씨를 만났다.

2000년 1월에 정식으로 출범한 ‘행동’은 민주노총, 사회진보연대 등 50여 단체가 참여하여 활동하고 있는데, 98년 OECD 국가 내에서 맺어진 MAI(Multi-lateral Agreement on Investment, 다자간투자협정)이 환경·보건·인권 및 각종 분야에서 악영향을 불러일으켰다.

국가간뿐만 아니라 국내에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중시킬 WTO 뉴라운드 협상을 유보시켜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우리에게는 MAI가 스크린쿼터 폐지 반대투쟁과 맞물려 알려진 바 있다.

‘행동’의 전신인 99년 9월 ‘투자협정·WTO 뉴라운드 반대 민중행동’은 99년 말 직접 시애틀까지 가서 WTO 뉴라운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반대투쟁을 벌였다. WTO 협상 결렬 이후 좀더 대중적인 활동을 전개한다는 기조 아래 ‘행동’으로 확대·재편되었고 그 과정에서 MAI 내용에 포함된 한·미, 한·일 협정의 반민중적 성격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한 편집위원도 사실 투자협정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몰라 물었다.  

AI란, 한마디로 다국적기업의 권리헌장이에요. 투자의 절대적 보호를 원칙으로 하고, 국가주권보다도 다국적 금융독점자본의 이익을 우선시해주는 겁니다. 그 협정의 이행에는 규제철폐·민영화가 전제가 깔려있어요. 분쟁해결에도 노동쟁의나 환경운동, 소비자운동까지도 분쟁해결의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각종 공해, 반인권 사업을 펼쳤을지라도 국가는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해줘야 해요. 또 분쟁이 발생했을 때에는 국제분쟁해결센터에서 국제법에 따라 투자자가 국가를 제소할 수는 있지만 국가는 투자자를 제소할 수 없게 되어요. 대부분의 투자 협정이 미국의 표준안대로 체결되고 있는데, 결국 이런 움직임은 미국과 자본중심으로 세계를 재편하려는 세계화에요. 이래서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주에 한 번씩 각 집행위원들 모임을 통해 일정 및 투쟁 수위를 협의하고 장기적인 사업내용과 정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그녀에게 처음 운동의 시작은 무엇이었느냐고 묻자 난감한 표정으로 웃기만 한다. 조금 말을 바꿔 상근활동가로서 활동하게 된 계기와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물었다.

“지존파 사건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발생한 것임을 알게 된 후 그때부터 사회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회상에 잠기며 잠시 웃음). 사회단체 상근자들 대부분 그렇듯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안고 활동하고 있지만, 그래도 조금씩 사회가 변하는 것을 현장에서 느낄 때 제사 살아있음을 느껴요.”

마지막으로 대학원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자본 앞에서 그 누구도 이 현실의 싸움을 피해갈 수 없잖아요. 그래도 피하지 않고 결정적인 순간에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를 진지하게 한 번쯤 고민해봤으면 해요.”

건물 밖으로 나오면서 학문과 현실의 접점이 어디쯤인지 부끄럽게 생각해보려는 내 머리 위로 따뜻하지만은 않은 봄햇살이 내려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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