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호 [세상보기] 글리벡과 특허
2003-04-04 15:18 | VIEW : 25
 
170호 [세상보기] 글리벡과 특허

김동숙 / 민중의료 연합 회원


5월 3일 건강보험공단 앞에서 글리벡약가 인하와 강제실시허용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글리벡이 남한에 도입된 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글리벡 문제는 미해결상태이다. 글리벡은 백혈병 중에서도 필라델피아 염색체로 인해 발병하는 만성골수성 백혈병에 쓰는 약이다. 글리벡은 기존의 항암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에게 투여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치료효과와 약을 먹을 수 없는 환자들의 절규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환자들은 약을 먹을 수 없는 상태이다.

글리벡 문제의 시작은 비싼 약값으로부터였다. 현재 글리벡을 생산하는 노바티스가 요구하는 약값은 한 알에 2만 5천원 가량이다. 하루 상용량 4-8알 복용하면 한달 약값은 3백만원 이상이다. 의료보험이 된다손 치더라도 60-90만원이지만, 대부분의 초기 환자들은 보험에 적용되지 못한다. 약값뿐만 아니라 치료비, 검사비, 입원비까지 포함하면 결국 치료비용은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그럼에도 이러한 모든 모순 속에서 글리벡 문제를 관통하는 문제의 본질은 바로 의약품의 특허다.  특허권은 기술의 혁신과 사회적 확산을 위해 발명자에게 발명을 독점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독점적․배타적 권한을 부여한다. WTO체계 하에서 특허권은 20년간 지속된다. 20년간 제약자본은 하나의 특허로 전세계를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지배할 수 있다. 노바티스가 가격을 마음대로 정하면서도 오히려 시장철수를 위협할 수 있는 것도 글리벡을 생산하는 회사가 세상에서 단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허의 문제는 약값이 환자가 먹을 수 있는 가격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생산하는 초국적 제약자본의 임의대로 결정되는 데 있다.

사실 글리벡은 공공의 노력에 의해 생산된 것이다. 노바티스는 오레곤 암센터와 공동으로 합작하여 93년부터 연구를 시작하였다. 글리벡의 개발과정은 30년전 염색체이상을 과학자가 발견한 이후부터 백혈병이 발생하는 기전까지 여러 과학자들의 공동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노바티스가 비용부담을 이유로 개발을 포기하려 하자 백혈병환자들이 FDA에 탄원을 해 글리벡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는 혜택을 받아 연구비를 지원, 개발비용의 50%이상 세금감면 혜택을 받았다. 특허로 노바티스는 8개월만에 32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리는 등 천문학적인 이윤을 걷어감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가려는 탐욕스런 모습만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노바티스의 탐욕으로 희생되는 건 환자의 생명일 뿐이다.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켜야 할 특허는 독점적 권한을 부여받음으로써 오히려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 민중의 건강할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ꡒ약이 없으면 또 모릅니다. 약이 있는데 돈 때문에 못 먹고 죽는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백혈병 환자들 눈 못 감습니다.ꡓ 글리벡문제 해결을 위한 환자비상대책위 대표 강주성씨의 말이다. 환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약이라면, 환자의 필요에 따라 환자가 먹을 수 있는 가격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