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호 [사회취재] 5.19 이주 노동자 결의대회
2003-04-04 15:20 | VIEW : 19
 
171호 [사회취재] 5.19 이주 노동자 결의대회

성은미 편집위원

“저는 C회사에서 텔레비젼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만든 텔레비젼을 볼 사람들을 생각할 때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제가 텔레비젼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한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다.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어 이제 식상하기조차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지난 19일 이주노동자들은 화창한 토요일 명동성당에 두 번째 결의대회를 가졌다. 지난달 21일 종묘에서 진행된 1차 결의대회 당시 출입국관리소와 경찰이 합동으로 이주노동자들을 막아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이주노동자 100명과 한국 연대단위 100명이 모인 이번 결의대회에는 현재 명동성당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꼬빌을 비롯한 이주노동자들도 함께 참여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주요 요구사항은 단속추방중단과 노동비자 쟁취이다. 현재 당국에서는 월드컵을 맞이하여 불법체류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해 자진신고 등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자진신고를 받는 곳은 4곳에 불과하여 하루종일 기다리거나 매일 1천여명이 그냥 돌아가고 있다. 게다가 자진신고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마치 죄인처럼 줄을 맞춰 쪼그려 앉아 기다리게 하는 실정이다.

이 문제는 자진신고를 해도 1년간의 출국준비기간만이 주어지며, 현재 사업장이나 지역을 이동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1년간의 출국준비기간만을 준다는 것은 강제 추방과 다를 바 없고, 사업장을 이동할 수 없어 사업장에서의 부당노동행위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자진신고시간이 끝나면 폭력적으로 단속추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속추방을 할 경우 이주노동자들의 모든 생활기반이 파괴되며, 그나마 힘들게 일한 월급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이주노동자들의 합법적 노동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주노동자들이 주장하는 바가 노동비자 발급이다.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산업연수생 제도가 이주노동자들의 합법적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은 계속 되어 왔다. 경남외국인 노동자 상담소에 따르면 중국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도 안되는 시간당 1천5백원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하루 12시간 이상 작업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농성중인 방글라데시 꼬빌씨는 “한국에 일하러 왔으나 합법적으로 일할 통로가 없고, 26만 불법체류자는 추방공포 때문에 자유롭지 못합니다. 동네에 사는 동생은 정신 이상이 생겨 숨어있거나, 지하철역에서 뛰어내리는 자살 시도까지 하였고 결국을 정신 이상인 채로 방글라데시로 돌아갔다”고 말한다.

이와 같이 이주노동자들은 언제 추방될지 모른다는 공포와 한국인들의 집단테러의 공포, 사업장에서의 부당 노동행위로 이중·삼중의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날 있었던 이주노동자들의 단속추방 중단! 노동비자 발급! 이주노동자 제2차 결의대회는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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