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호 [흐름읽기] 책 속의 책 이야기
2003-04-05 09:28 | VIEW : 10
 
160호 [흐름읽기] 책 속의 책 이야기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어느 게으름뱅이의 책읽기』
우리는 어떻게 책을 만날 것인가

이희랑 편집위원


이제 닐 포스트만의 경고가 새삼스럽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읽을 줄 알되 읽지 않는 사람들. ‘제 2문맹’은 이미 도래했으며 책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은 만 단위의 베스트셀러조차 나오기 힘들어졌음을 자인한다. 이러한 우려에 대한 징후가 최근 책 속에서도 발견된다. 책 속에 책을 담은 책들이 그것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국내의 한 저널리스트의 ‘책읽는 비법’은 겹쳐 읽기와 깊이 읽기이다. 같은 테마를 가진 여러 책들을 마치 대질심문 하듯이 겹쳐 읽는 것은 사실 독서광이거나 전문 연구자가 아니고서는 혹은 책의 저자처럼 책 읽어 먹고사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논쟁의 표면뿐만 아니라, 책 너머의 역사에서 현재를 가로지르며 읽어나가야 하는 ‘깊이 읽기’ 역시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이렇게 만만치 않은 제안을 독자에게 하고 있는 이유는 전지구적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삶의 진보성을 담아낼 매체는 오로지 ‘책’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구텐베르크에게 작별을 고하고 ‘인간의 오감’을 무한으로 확장시킬 전자 매체를 권하는 맥루한이 저절로 먹히는 영상세대들을 감안한다면 그의 제안은 깨알같은 글자의 수만큼 여전히 무거울 수 있다.

문명에 대한 근원을 인간의 순수한 지적욕구로 보는 일본의 유명 저널리스트의 독법은 다분히 실용적인 독서술이라는 점에서 앞의 책과는 차이를 보인다. 그의 독법에서는 지(知)의 총체를 알고자 한다면 언제나 최신 보고서를 찾아야 하며 고전에 얽매여서는 안됨을 강조한다. 책 사는데 돈을 아끼지 말라는 그의 도서론과 책의 내용을 시각화할 것, 책을 읽으며 메모하지 말 것 등의 독서술은 잡지 귀퉁이에서 부족한 지면을 메우는 박스기사 같은 느낌마저 자아낸다. 가치관의 매개로서의 ‘책’을 유보하는 것은 이미 ‘가치적’이다. 책 읽는 방법을 권하는 출판계의 흐름은 베스트셀러를 양산하는 것만큼이나 대중의 지적 욕구가 다양하고 깊다는 것을 먼저 인식할 필요성이 있다. 좋은 책은 책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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