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호 [맥락읽기] 직접행동과 사회혁명
2003-04-05 09:34 | VIEW : 7
 
161호 [맥락읽기] 직접행동과 사회혁명        

이희랑 편집위원


  아나키즘에서 모든 권력을 반대하는데 기본적인 원리로 작용하는 것은 ‘직접행동론’이다. 이것은 타인의 개입이 없는 직접적인 자기의 실현을 일컫는 말이다. 자신이 파악한 현실을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 나가는 것이다. 모든 권력에 반대하는 것, 이것은 곧 어떠한 권력기구에도 자신을 위임하지 않는 것이다. 직접행동론은 자주·자립정신으로 추상화될 수 있다.현실적으로 직접행동론은 오늘날 대의제를 원칙으로 하는 민주제도라 일컬어지는 ‘의회주의’에 반대한다. 또한 다수결원칙을 철저히 부정한다. 제기된 문제의 진리 여부를 결정하는데 사람의 수로 결론을 내는 것은 그 자체가 이미 불합리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나키스트들에게 정당조직은 허용되지 않는다. 선거에 입후보하거나 투표하는 것은 그들이 저주하는 권력을 배양하는 행위인 것이다. 직접행동론의 ‘자율’ 정신은 의회주의를 부정하며 이것은 ‘정치혁명’의 부정을 내포한다.

모든 권력에 반대하고 자기의 직접실현을 꾀하는 아나키즘은 낡은 권력에서 새로운 권력을 수립하는 것으로 혁명을 정의하지 않는다. 바쿠닌을 비롯한 아나키스트들에게 혁명은 곧 ‘사회혁명’이다. 정치혁명을 부정한 사회혁명이란 무엇인가. 사회혁명의 기본은 ‘경제혁명’이다. 경제가 사회화됨으로써 국유화로 인한 일체의 비자주성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분히 개량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프루동에 비해 바쿠닌의 ‘사회혁명’은 행동적이며 급진적이다. 바쿠닌에게 혁명은 ‘전쟁’, 즉 파괴인 것이다. 파괴는 새로운 것의 창조를 전제한다. 사회혁명의 파괴는 제도와 사회적 지위에 대한 것이며 불가항력적인 경우를 제외한 어떤 경우에도 인간을 그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계급과 계층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은 자연 및 사회 환경의 타의적 산물이며 인간 그 자체가 ‘죄’는 아니기 때문이다. 직접행동론과 사회혁명은 개인의 ‘자율성’의 실현이다. 이것은 아나키즘의 혁명적 자발성,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라는 오래된 격언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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