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호 [학술취재] <진보적 지성과 양심의 소리> 가을 토론회
2003-04-05 09:40 | VIEW : 6
 
162호 [학술취재] <진보적 지성과 양심의 소리> 가을 토론회
21세기와 인간의 진보적 삶

이희랑 편집위원


“자유인이 되기 위해 용감하게 죄짓기”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말은 그저 한 목사의 ‘설교’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실천적 맥락을 담고 있다. 지난 11월 9일 <진보적 지성과 양심의 소리>는 ‘21세기와 인간의 진보적 삶’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학계·종교계를 망라한 ‘나이든’ 지식인들의 5시간 넘짓의 토론은 소위 ‘젊은’ 지식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한정의 다양성과 개성의 논리만으로 인간의 자율적 주체를 해결하려드는 요즘의 추세와는 달리, 이러한 논리가 어떻게 신자유주의적 교육과정에서 위계화되고 서열화되는 교육메커니즘으로 고정되는지 그리고 공공성으로서의 교육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고 ‘시장화’되는지를 밝혀내고자 한 이규환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발제는 결코 낡은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차이와 개성을 향진하는 교육은 직업 분업의 평등화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의 나래일 뿐이거나 혹은 신자유주의 논리로의 편입만을 불러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자립형 학교’는 교육자본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중시킬 것이며 종합적 비판능력을 지닌 인간 교육을 배제할 것이라는 그의 예측은 결코 기우가 아닐 것이다.

  노동과 경제분야의 발제를 맡은 김수행 교수는 ‘시장전일주의’로서의 신자유주의는 순수경쟁이라는 가면 뒤에 오히려 시민의 자유를 구속하는 새로운 유형의 ‘체제’의 등장을 암시하고 있으며,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제국주의적 정책’이 광범위하게 추구되고 있음을 밝혔다. 또한 21세기의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으로 IT산업이 정부에 의해서 정책적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오히려 실업만을 양산시키고 있으며 미국 주도 신경제의 허울일 뿐이라는 그의 주장은 오차가 없어 보인다.

현 실업 딜레마가 사회복지비의 확충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그의 분석이 맞다면, 케인즈주의와 궤도를 달리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현 실업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교육과 경제분야 외에도 종교·여성· 전쟁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문제제기와 토론으로 진행된 <진보적 지성과 양심의 소리>의 2001년 가을토론회가 갖는 진정한 의미는 다양한 영역의 다른 색깔의 지식인들이 모여 ‘신자유주의’라는 굴레를 공통으로 사유하고 조목조목 빠져 묻는 ‘지식인연대를 통한 한목소리내기’에 있을 것이다. 그것이 공허한 메아리 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구체적인 실천이 무엇인지는 <진보적 지성과 양심의 소리>가 풀어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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