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호 [테마서평] 정보기술과 공간 정치경제학
2003-04-05 09:43 | VIEW : 5
 
162호 [테마서평] 정보기술과 공간 정치경제학
- 마뉴엘 카스텔 『정보도시』vs 데이비드 하비 『희망의 공간』
'세계화'로 가는 공간담론, 유토피아는 없는가

이종림 / 신문방송학 박사과정


현대사회의 기술혁명은 인간생활의 근본적 차원들, 즉 시간과 공간을 전환시키고 있다. 기술혁명은 언제나 생산, 소비 및 관리 과정들의 기반을 형성하는 기술-경제 패러다임의 광범위한 변화과정의 일부이다.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담론인데, 새로운 기술들의 특성에 관한 선형적 추정에 기초하여 사회진화를 예측하기에는 풀리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마뉴엘 카스텔과 데이비드 하비는 시간과 공간의 전환에 관심을 두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들이다. 이들은 기술혁명과 자본의 흐름의 가속화에 따라 세계가 어떻게 재구조화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으며, 이러한 논의의 핵심에 공간을 주목한다. 그리고 이렇게 은유적이고 복잡한 공간의 의미는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역서, 카스텔의 『정보도시』와 하비의 『희망의 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카스텔은 맑스의 생산양식이 현대사회에서는 정보양식으로 설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보적 발전양식’과 함께 ‘흐름의 공간’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러한 개념들을 통해 새로운 기술이 도시 및 지역에 미치는 영향들을 평가하기 위해서 생산, 사회, 그리고 공간 사이의 관련성에서 새로운 기술들을 근본적인 도구로  전반적 변화를 논의한다. 하비 역시 맑스주의적 전통과 포스트모더니즘의 담론을 결합시키고자 하는데, 그의 논의는 지리학뿐만 아니라 사회이론 및 철학 일반, 그리고 건축학이나 도시계획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비는 자본의 흐름과 함께 전세계의 재구조화를 읽어낸다. 자본의 축적은 항상 근원적으로 지리적인 문제이며, 지리적 확장, 공간적 재구조화, 그리고 불균등발전이 없었다면 자본주의는 하나의 정치경제체제로서 그 기능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지리적 불균등발전은 공간적 규모와 지리적 차이의 생산이라는 두 가지 요소의 혼합에 의해 일반적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자본주의적 세계화의 궤도 내에 현존하는 강렬한 모순들을 인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리적 불균등발전은 이러한 발전을 극복할 수 있는 틈새공간을 만들어 내는데, 자본을 위한 공간적 조정이 가능하다면, 노동자를 위한 공간적 조정 역시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카스텔이 정보기술들과 생산 및 관리 과정들의 공간적 차원에 관련성에 초점을 두었지만 사회생활과 주거유형에 관한 연구를 제외했다면, 하비는 거시 공간적 문제로 세계화, 미시 공간적 문제로 신체의 문제를 주목한다. 신체에 관한 논의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부속물로 전락한 신체를 설명하면서 신체를 해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즉, 20세기 말 자본주의의 확장에 따라 상대적으로 맑스주의의 몰락이 지배적이었던 시기를 넘어서 공간을 중심으로 맑스주의에 대한 이론적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카스텔이 상정하고 있는 정보도시, 정보도시를 구성하는 정보기술,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을 담지하고 있는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와 함께 하비의 공간속에서 억압적 존재로 남아있는 신체적 논의은 때로는 은유적이기도 하지만, 현대사회 그리고 지금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저서를 통해 도시공간이 함의하고 있는 다양한 네트워크 담론들을 분석적으로 이해하는 기회를 갖기를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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