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호 [관련서평] 『제국』,이학사, 안토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
2003-04-05 09:45 | VIEW : 8
 
163호 [관련서평] 『제국』,이학사, 안토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

이희랑 편집위원


  ‘전지구적 자본주의’라는 말이 이제 낯설지 않다. 세계와 자본을 구성하는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논의는 사실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네그리와 하트의 『제국』을 향해 우리는 스포트라이트를 날리는가. 세계의 무수한 사상가들이 이 책을 향해 던진 찬사(슬라보에 지젝은 “우리시대의 공산당 선언”으로 묘사하고 있다)의 배후에는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대한 스스로의 목마름이 깔려있다. 세계를 분석하는 ‘post-’ 담론들은 근대와의 전략적인 단절을 시도했지만, 그것이 어떻게 미래를 구성하는 힘이 될 지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제국』은 엄중히 경고한다.

탈근대주의나 탈식민지주의의 담론이 ‘계몽주의’나 ‘이분법적 분할‘에 대해 끊임없는 해체를 시도하고 차이의 정치를 내세운다 할지라도, 현실적으로 “제국 지배의 가능성들과 실행들에 대항하여 효과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것들에 일치하고 그것들을 지지할 수조차 있다”는 것을. ‘차이의 정캄는 시장에서 이윤을 위해 “다양성의 경영”으로 마케팅 전략을 현실화하고 있다. 오히려 ‘차이’의 전략이 ‘자본의 질서’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국』은 ‘post-’ 담론이 전지구적 위계에서 끊임없이 공명한다 할지라도 ‘그렇다’ 혹은 ‘아니다’로 귀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지적한다.

‘post-’의 담론이 우리 시대에 주는 의미는 근대적 실체로부터 탈근대적 실체로의 이행에 대한 단초를 제공하는 데에 있다.『제국』을 읽는 키워드는 근대적 주권에서 제국적 주권으로의 이행 그리고 생산지형의 변화와 이행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따라가다가 만나는 탈근대적 대항권력의 주체에 있다. 맑스가 자본주의 발전 원동력을 계급투쟁에서 찾았듯이 『제국』은 포스트 포드적으로의 생산지형의 변화를 ‘대중’(multitude)들의 해방욕망에 의해 추동된 계급투쟁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 사상들의 종합적 기획으로 평가받는 『제국』이 진정으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제국’ 위에서 끊임없이 흐르고 접속하는 세계 대중들의 욕망을 정치투쟁을 향한 집합적 기획으로 구체화하는 후속 작업들을 통해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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