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호 [학술기획] 권력과 혁명에 대한 새로운 탐색-① 국가 포획을 너머
2003-04-05 09:46 | VIEW : 4
 
163호 [학술기획] 권력과 혁명에 대한 새로운 탐색-① 국가 포획을 너머 차이의 생성으로    

윤수종 /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

제국 구성의 기반, 주권의 이행과 생산의 이행

제국은 다양한 권력형태가 혼합된 전 지구적 권력질서를 의미한다. "세계질서를 구성하는 패러다임 담론이 '제국주의'를 넘어 '제국'으로 모아지고 있다. 고정된 경계에 의지하지 않는 탈중심화된 전지구적 질서, 제국의 권력 구성과정을 추적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싣는 차례>
① 전지구적 질서, 제국
② 대항제국의 가능성



지난 수십 년 넘게, 식민지 체제가 무너졌을 때 그리고 나서 자본주의 세계 시장에 대한 소비에트의 방해물이 최종적으로 붕괴하자마자, 저항할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는 경제적 교환들과 문화적 교환들의 지구화(세계화)가 진행되었다. 전지구적 시장 및 전지구적 생산 회로와 더불어 전지구적 질서, 새로운 지배 논리 및 지배 구조, 즉 새로운 주권 형태가 등장해 왔다. 제국은 바로 이러한 전지구적 교환들을 효과적으로 규제하는 정치적 주체, 다시 말해 세계를 통치하는 주권 권력이다. 세계 시장의 우두머리인 셈이다. 제국에서는 경계(국경)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더 이상 외부는 없다. 내부와 외부 사이의 구별은 점차 약화된다.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간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자유주의 정치의 장소를 구성하는 근대 사회의 공공 공간은 사라지는(사유화되는) 경향이 있다. 제국 사회에서 스펙터클은 가상적 장소, 혹은 정치의 무-장소(non-place)이다. 스펙터클은 어떠한 내부도 외부와 구분할 수 없는 그런 식으로 통일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분산적이다.

그렇지만 제국 안에서 위계와 차별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분적으로 강화된다. 제국은 인종적 차이를 결코 본성의 차이가 아니라 항상 정도의 차이로, 결코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 우연적인 것으로 설정한다. 하지만 복종은 더욱 이동적이고 유연한 일상적 체제 속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이고 잔인한 인종적 위계를 창조하는 일상적 실행 체제 속에 규정된다. 법률적 측면에서 초국적 법의 현대적 변형을 통해서 제국의 구성 과정은 직간접적으로 국민 국가의 국내법에 침투하거나 그것을 다시 윤곽지운다.

이러한 변형의 가장 중요한 징후는 개입권의 발전이다. 개별적인 주권 국가나 초국적 (유엔)권력은 자발적으로 맺은 국제 조약들의 적용을 확보하거나 부과하는 데만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권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합의에 의해서 정당화되는 초국적 주체들이 모든 형태의 비상 사태나 보다 상위의 윤리적 원리의 이름으로 개입한다. 주권 권력의 측면에서 단일 정부의 통일성은 해체되어 일련의 기구들(전통적인 기구들 외에 은행, 국제적 계획 기관들, 기타 등등)에게 맡겨져 왔으며, 여기서 기구들은 모두 점차적으로 정당성을 권력의 초국적 수준에서 찾는다. 이처럼 거인들(초국적 기업과 전지구적 생산 및 유통 네트워크)이 지배하게 되고 국민 국가의 일국적인 헌법체계는 약화되면서, 새로운 전지구적 구성의 피라미드가 나타난다.

제국적 주권과 생체권력

피라미드의 꼭대기에는 미국이 있고, 그 바로 밑에는 초국적 기업들과 다양한 네트워크들이 있다. 맨 밑에는 인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집단들로 구성된다. 전지구적 인민은 정부 기구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민 국가와 자본에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다양한 조직들에 의해서 오히려 대변된다. 제국적 지배의 구체적 기능 작용은 훈육 제도들을 통해 수행되는 훈육 방식에서, 명령 메커니즘들이 더욱 더 ‘민주적’이고 더 한층 사회적 장에 내재적이며 시민들의 두뇌와 신체를 통해 배분되는 통제 방식으로 넘어간다. 권력은 이제 두뇌와 신체를 생활 감각 및 창조 욕망으로부터 자동적으로 소외되는 상태로 직접 조직하는 기계들을 통해 실행된다.

그러므로 제국에서 통제는 우리의 공통적이고 일상적인 실행들을 내적으로 활성화하고 정상화(표준화)하는 훈육 장치들의 강화와 전면화에 의해 특징지어지지만, 훈육과는 반대로 이러한 통제는 유연하고 동요하는 네트워크들을 통해 사회 제도들의 구조화된 자리들을 훨씬 벗어나 확장된다. 따라서 이제 권력은 모든 개인을 포괄하고 그 또는 그녀를 자발적으로 재활성화하는 본질적이고 결정적인 기능이 될 때만, 주민의 전체 생활에 대해 효과적인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권력은 생활(삶)을 철두철미하게 침투하여 관리하려고 한다. 이처럼 사회 생활을 내부에서 규제하고 따라다니고 해석하고 흡수하고 재접합하는 생체 권력의 모습을 띤다.  

제국에서 국제 질서의 정당성은 더 이상 매개를 통해서 구축되지 않고 오히려 전적으로 다양하게 직접적으로 파악된다. 독재나 전체주의의 사법적 기술과는 반대로 권리는 효율적인 채 남아 있지만 정확히 예외 국가와 경찰 기법에 의해서 절차가 된다. 정당성의 이러한 새로운 틀은 정당한 무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형태를 포함한다. 제국적 개입을 위한 정당한 힘의 병기고는 이미 광대하고, 군사적 개입 뿐만 아니라 도덕적 개입과 사법적 개입과 같은 다른 형태들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도덕적 개입은 뉴스 매체와 종교 조직을 포함하는 다양한 기구들에 의해 실행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NGO들 가운데 몇몇일 것이다.

NGO들은 정부에 의해서 직접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바로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인 정언 명제에 기초하여 행동하는 것으로 상정되며 제국적 질서를 정당화하는 가장 강력한 평화적 무기에 속한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서 다국적이고 초국적인 산업적 금융적 기업들이 정말 전지구적 영토들을 생체 정치적으로 구조화하기 시작한다. 기업들의 활동은 더 이상 추상적인 명령의 부과와 단순한 도적질과 부등가 교환의 조직에 의해서 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 활동은 직접적으로 영토와 주민을 구조화하고 접합한다. 초국적 자본은 직접적으로 노동력을 다양한 시장에 배분하며, 자원을 기능적으로 할당하며, 세계 주민의 다양한 부문을 위계적으로 조직한다. 투자를 선별하고 재정적 화폐적 동원을 지시하는 복잡한 장치가 세계 시장의 새로운 지도, 혹은 정말로 세계의 새로운 생체 정치적 구조화를 결정한다.

네트워크 권력을 가로지르는 대중

그러므로 거대한 산업적 재정적 기업들의 역능은 상품 뿐만 아니라 주체성도 생산한다. 그와 더불어 생체 정치적인 질서 생산은 소통 산업에 의해 발전되는 언어, 소통, 그리고 상징의 생산이 지닌 비물질적 연계 속에서 이뤄진다. 생산의 정보화를 축으로 하여 이뤄지는 소통 네트워크의 발전은 새로운 세계 질서의 등장과 유기적 관계를 지닌다. 소통 산업은 생산을 새로운 규모로 조직하고 전지구적 공간에 적합한 새로운 구조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계질서를 정당화한다. 새로운 세계 질서의 정당화는 이제 소통 산업들에서, 즉 차이를 강제로 중화시키기 전에 자기 생성적이고 자기 조절적인 균형이란 놀이에서 차이를 흡수하는 상황을 창조하는 제국적 기계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제국 속에서 통제는 세 가지 전지구적이고 절대적인 수단들, 즉 폭탄, 화폐, 그리고 에테르를 통해서 작동한다. 절대적인 폭력의 작동인 수소폭탄(핵) 무기가 지닌 최고의 위협은 모든 전쟁을 제한된 갈등, 내전, 추한 전쟁 등으로 축소한다.

나아가 모든 전쟁을 행정력과 경찰력이 독점하는 영역으로 만든다. 화폐는 국내 시장의 화폐적 파괴, 일국적 그리고/또는 지역적 화폐 조절 체제의 해체, 그리고 국내 시장들의 금융 권력의 욕구에의 종속을 통해 세계 시장을 구축해 내는 전지구적인 절대적인 통제수단이다. 에테르는 제국적 통제의 최종적인 근본적 매개체이다. 소통의 관리, 교육 체계의 구조화, 그리고 문화의 조절은 에테르 속에 용해된다. 물론 이러한 제국의 구성과 제국의 전지구적 네트워크는 근대적인 권력 기계들에 대항하는 다양한 투쟁들에 대한 그리고 특정하게는 대중의 해방 욕망에 의해 추동된 계급 투쟁에 대한 하나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대중이 제국을 낳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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