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호 [사설 2] 사람이 살아야 한다
 
 

114호 [사설 2]

사람이 살아야 한다

 

정치인 사정이 한창이다. 야당은 ‘우리 죽는다’면서 지방을 돌며 야당파괴 규탄대회를 열고 있고, 사정 리스트에 올라 있는 사람들은 이래저래 속만 끓고 있다. 이상한 일은 여전히 상식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리연루로 사정의 대상이 되는 이들이 왜 그리도 펄펄 뛰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규탄대회에 참석하고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국민들이 있다. 잘못이 잘못으로 인정되지 않고 비판은 무조건 모함으로만 받아들이는 가운데 진실 역시 묻힐 수밖에 없다. 사정 자체가 표적수사이기 때문에, ‘잘못했다’라는 진실 자체는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은 출범하면서 가장 큰 과제로 ‘경제 살리기’를 설정했다. 그런데 반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경제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2의 건국을 표방하면서 태극기를 휘날려 국민의 마음을 달래보려 하지만, 무너진 희망은 이미 절망에 포박된 상태이다. 여기저기서 갖가지 처방을 내 놓고 각계에서 이런저런 요구를 해 보지만,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

어떻게 할 것인가. 공익광고처럼 다시 일어서서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보건대, 지금은 ‘출발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보다 앞서 사유와 고민이 필요하다. 그 후에 출발해야 한다. 지금의 문제는 방향 설정에 있다. 개혁이든 경제살리기이든지 잘못된 항로를 따라 나아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방향을 수정한 후에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그렇다면 틀린 방향은 무엇이고 새로운 방향은 무엇일까. ‘경제’ 살리기가 아닌 ‘사람’ 살리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가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죽어가는 것이다. 과거의 오류는 경제만 살려온 데서 기인한다. 또다시 경제만 살린다면, 지금의 현실은 반복될 따름이다. 일 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일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길을 고민해야 하지 않겠는가. 돈으로만 가치평가되는 ‘일’에 대한 의식변화가 절실하다.

대학개혁을 비롯한 교육개혁 역시 사람을 살리는 쪽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경제가 아닌 사람이 중심에 놓이는 개혁과 정책이 아쉬운 요즘이다. 그렇다면, 사람을 죽이는 재벌과 부패, 비리에 대한 더욱 강력한 개혁이야말로 현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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