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호 [사설 1] ‘조선일보 불매운동’을 제안한다
 
 

116호 [사설 1]

‘조선일보 불매운동’을 제안한다

 

역시 ‘조선일보사’는 대단하다. 최근 ‘공산당이 싫어요’의 주인공 이승복 어린이 사건이 왜곡된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자신들이 소유한 모든 매체를 통해 반격에 나서더니, 또다시 물 건너간 반공이데올로기를 들고 나왔다. 그것도 현정부의 중요 직책을 맡고 있고 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인정받는 진보적 지식인을 상대로 했다는 사실은, 그들이 이성적인 집단인가 하는 의심이 든다.

<월간조선> 11월호에서 공격대상으로 삼고 있는 고려대 최장집 교수(정치학)는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조선일보측의 김대중 정부에 대한 공격으로도 비친다. <월간조선>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김영상 정권때도 한완상 당시 통일원장관의 논문과 발언을 문제삼아 끝내 물러나게 했고, 작년 7월호와 9월호에서는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의 통일갬페인 참고도서 <어린이를 위한 통일이야기-나는야 통일 1세대>를 문제삼은 적도 있다. 또한 월드컵 직후 차범근 감독과의 인터뷰를 실음으로써, 이후 차 감독은 5년간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받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차 감독은 당시 기자를 만난 것은 인터뷰 형식이 아니라 거의 사적인 대화라고 항변했다. 이번에 ‘당한’ 최 교수 역시 비슷하다고 한다. 상업주의와 선정주의에 젖어있는 치졸한 방식을 쓰고 있는 셈이다.

<월간조선>에서 최 교수의 저서 <한국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97년/나남)과 <한국민주주의의 이론>(93년/한길사)을 바탕으로 ‘6·25는 김일성의 역사적 결단’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뽑은 것도 앞 뒤 맥락을 무시하고 특정한 구절을 중심으로 왜곡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럼에도 이번 기사를 쓴 <월간조선>의 우종창 기자는 <한겨레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최 교수는 우리사회 맥락에서 보면 빨갱이, 공산주의자”(10월23일자)라고 했다.

우리는 <월간조선>의 행위를 진보적 지식인에 대한 보수언론사의 메카시즘적 공격으로 단정한다. 지식인의 역할과 책무에 대해 재론할 것도 없이, 과거 엄혹한 시절에 고난을 겪은 숱한 지식인들을 기억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문제는 단순히 한 개인과 보수언론사와의 문제가 아니라 지식인 전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지식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얼토당토한 보수언론이 판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비슷한 방식과 논지를 지향하는 <조선일보>는 국내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한다는 사실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성적 대화와 설득은 둘째치고, 건전한 보수의 존재마저 위협하는 ‘조선일보’ 측에 반대하는 방법으로 <조선일보> 불매운동을 제안한다. 대중들을 현혹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조선일보>와 같은 언론이 이 땅에서 사라질 때만이 비로소 ‘개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에 대한 불매운동을 통해 지식인을 포함한 시민세력의 위력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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