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호 [사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철회하라
 
 

177호 [사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철회하라

 

3년여를 끌어오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지난 24일 타결됐다. 한-칠레 FTA 결과에 따라 농산물에선 단계적으로 관세가 떨어져 10년내 관세가 없어지는 복숭아, 단감, 딸기, 키위, 그리고 5년내 무관세가 되는 토마토, 당근, 오이, 돼지고기 등의 농가들은 피해를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포도도 겨울철에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게 되면 4천여 비닐하우스 농가가 망해갈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수산물에서도 국내 민감 품목은 무세화 시기를 최대 10년까지 늦췄다고는 하지만 뱀장어, 갈치, 아귀, 문어 등 36개 품목에서는 어민들의 피해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한-칠레 FTA를 통해 한국의 승용차, 화물자동차, 휴대폰, 컴퓨터 등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고, 석유 화학제품, 자동차 부속품 등의 품목에 대한 관세는 5년내 철폐하기로 협정함에 따라 공산품 수출이 확대되고 남미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해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큰 것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서는 국민경제 전체의 후생 증대에는 별다른 이익이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우리에게는 지난 2천년, 미국산 오렌지 한 품목의 과다 수입으로 과채류 전반의 가격이 폭락했던 경험이 있다. 이미 우리농업 전반에 걸쳐 생산비에도 못미치는 저농산물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특정품목의 가격 폭락이 곧바로 다른 품목의 연쇄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이번 협정에서 사과와 배가 협상에서 제외된다고 하더라도 우리 농업의 몰락은 분명하다. 게다가 포도의 경우 계절관세를 붙이면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너무나 어이없는 말이다. 저장기술이 발달한 현대 농업에서 계절적 차이가 어떤 쓸모가 있단 말인가. 이번 협정은 세계화정책의 집행기구인 WTO(세계무역기구) 협상을 앞두고 쌀수입 자유화를 획책하는 중국, 미국, 일본 등 FTA 논의 대상국과의 협상과 차기 WTO 협상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자급율은 30%도 채 되지 않으며, 쌀을 제외하면 5%도 안되는 실정이다. 세계적으로 식량안보를 주장하고 있는 이때에 우리나라는 오히려 식량을 남의 나라에 빼앗기게 된 것이다. 식량주권을 빼앗기고, 우리 먹거리를 남의 나라에 맡긴 나라가 독립국가인가. 지금 농민들의 농가부채는 56% 급증하였으며, 이에 반해 농가소득은 1.7%증가에 그치고 있다. 또한 도시가구와의 소득격차(2/3수준)는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전국의 농민들은 쌀수입개방반대, 한-칠레 협정 저지를 외치며 11월 13일, 30만의 농민이 집결하는 전국농민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순수한 한국쌀 ‘밥심’으로 공부하는 대학원생들도 외친다. 한-칠레 FTA를 반드시 국회비준안에서 거부하고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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