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호 [사설] 12월은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
 
 

179호 [사설]

12월은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

 

벌써 12월. 2002년 올해도 저물어가고 있다. 대학원 지하연구실과 실험실에서 파묻혀 연구자로서 살아가는 대학원생들에게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 우리가 치러야 할 일들은 많다.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문제들이 산적하다.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2천년대 한국 사회의 방향성을 가늠할 대통령 선거다. 이번 대통령 선거 참여는 지난 한국 사회의 권위주의 정치 시대를 마감하고 다양성과 소수자들을 포용할 수 있는 정치의 가능성을 우리 스스로 실현해보는 역사적 체험이 될 것이다. 그래서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기초가 사회 구석구석에서 뿌리내리길 희망한다.

최근 북한과 주한유엔군사령부의 남북 지뢰제거 상호검증절차 문제에 대한 갈등으로 중단됐던 비무장지대(DMZ) 내 지뢰제거작업이 재개되었다. 경의선 및 동해선 연결은 당초 연내에서 내년초로 늦추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와 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져 남북 군인이 남북의 허리를 잇는 작업을 함께 한다는 것은 분명 기분좋은 일이다. 부산아시안게임 때 남북이 하나되어 응원했던 것처럼 통일로 가는 한 걸음에 해당한다. 올해 시작된 경의선 철도 복원 공사가 통일이 되던 날 역사적인 올해로 기록되기를 역시 기대하면서 지켜본다.

이런 가운데서도 거리에서는 불평등한 SOFA 개정을 위한 집회가 끊이지 않고 있다.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었는데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가해자는 없고 살해당한 사람만 있는 형국이다. 불평등한 SOFA가 있는 한 우리는 우리 목숨의 위협과 주권을 남의 나라에 뺏긴 채 살고 있다는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껴야 한다. 혹시라도 지나가는 미군에게 집단으로 맞아도 현정부와 경찰은 아무런 대책도 세워주지 않기 때문이다. 홍대 앞 클럽에서는 일제히 미군 출입 금지 공고가 나붙었다 한다. 미국의 존재는 멀지 않다. 전국민이 불평등한 SOFA 개정에 관심을 갖게 된 올해가 평등한 SOFA 개정으로 이어지는 해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종강을 앞두고 우리 대학원생들에게는 기말 페이퍼와 시험, 대학원생들만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외로움과 고통이 있다. 기말 페이퍼와 시험은 그렇다 치더라도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이나 취직해서 결혼하기를 바라는 부모님들에게 드러내놓고 말하기 힘든 부분 때문에 더욱 외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 밤새워서 해나갈 수밖에 없다. 별은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고 공부하는 삶은 꿈이 있어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원우들의 등록금으로 대학원 신문을 만들고 있는 편집위원의 삶을 반성해본다. 종강호를 내면서 더 많은 원우들의 입장과 의견을 받아들이고 성실한 대학원 신문사 편집위원의 삶을 마무리해보겠다는 의지를 세워본다. 이 모두가 유종(有終)의 미(美)를 거두기 위한 12월, 새로운 시작을 위한 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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