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호 [사설] 문제는 의식의 개혁이다.
 
 

188호 사설

 

문제는 의식의  개혁이다

 

 

한때 ‘냉장고 속에 코끼리 집어넣는 방법’이란 개그가 유행했다. 일명 허무개그. 성토대회나 다름없는 ‘조교들의 저녁식사’ 자리에선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저 개그의 결말이 회자되곤 한다. 모 교수 왈, “○○○ 조교 부르면 되지”가 그것. 학내의 곳곳이 방중에 학교 당국이 발표한 조교제도개선안 문제로 소란스럽다. 코끼리 개그가 그랬듯 이번 조교제도개선안 발표에 현직 조교들은 다시 한번 쓴웃음을 지어야했다.


대학원 원우이자 당사자인 조교들의 의견이 논의과정에서 배제된 채 마치 기습작전처럼 방중에 ‘하달된’ 이번 조교개선안의 여러 문제점 중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개선 항목들이 ‘현실 상황’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현실 상황’의 문제는 제도적 차원이기 이전에 의식 차원의 문제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행정직원들은 학과 조교사무실이 행정실 분점인양 권위적인 자세로 자신들의 업무효율 극대화에 조교들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 교수들은 심한 경우 업무 외 시간이나 휴일을 막론하고 사적인 업무까지도 당연하다는 듯 조교에게 맡긴다. 교육조교나 연구조교라는 이름뿐, 조교들은 ‘교육’과 ‘연구’는커녕 책임의 범위를 뛰어넘는 행정업무와 사적인 잡무를 ‘해야만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것은 말 그대로 코끼리가 냉장고로 들어가는 상식 밖의 개그적 상황이다. 그러나 누가 우리를 그렇게 ‘하도록’ 만들고 있는가. 언제까지 우리는 ‘주인’의 명령이 될 수 있는 한 가벼운 것이기를 바라는 ‘노예의 도덕’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


지금까지 조교개선안을 둘러싸고 학내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논의가 개선안 세목별 제도적 재정비에 한정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당장의 제도개선으로 각 의식주체들간의 성숙한 관계정립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몇 장의 문서로 이루어진 ‘합의된 조교개선안’을 만들어내는 것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개선에 다다를 수 없다. 문제는 의식의 개혁이다.


이번 조교개선안 문제를 계기로 대학원생, 교수, 학교 당국의 각 주체들이 상식에 근거한 학풍조성을 위한 의식의 개혁에 이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편, 원우를 대표하는 대학원총학생회는 이번 조교개선안 발표에서도 드러났듯이 조교개선안과 같은 중요한 사안이 학교당국이 아닌 대학원생들에 의해 먼저 제시되지 못했음을 반성의 계기로 삼아 본연의 업무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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