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호 [사설] 발전 없는 대학원 발전방안
 
 

194호 [사설]

 

발전 없는 대학원 발전방안

 

 

지난 2001년 일반전형의 실질적 폐지와 총괄정원제 시행을 앞두고 제기됐던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현실로 나타났다. 2004학년도 전반기 대학원 입시에서 한 학과에 박사 20명, 석사 25명이 ‘무더기’로 합격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문제가 된 학과는 총괄정원제를 시행하기 전부터 학생 수의 양적 과잉으로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돼 왔던 유아교육학과다.


총괄정원제의 시행으로 유아교육학과는 본교 대학원의 본격적인 재정확충을 위해 ‘효도’를 강요당하는 희생양이 돼 버렸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정상적인 수업과 논문지도가 가능할 리 만무하다. 본교 학칙에 의하면 이런 상황에서도 논문지도가 가능하다. 대학원 학사내규 제152조에 의하면 “논문지도 교수는 한 학기에 동일 학위과정의 논문 2편을 초과하여 논문을 지도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으나 바로 다음에 “대학원장의 승인을 얻은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규정이 따라나온다.


매년 이번 학기와 같은 수준으로 신입생들이 몰려들어 올 경우, 교수들은 쉴 새 없이 논문지도를 하게 될 것이고, 학생들은 논문심사 순위다툼에 시달리며 충분한 연구도 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심사도 받지 못한 채 허울뿐인 학위를 받게 될 것이다.


일반 전형의 실질적 폐지와 함께 총괄정원제는 이제 비인기학과 존폐 위협에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기학과의 수업권마저 위협하고 있다. 콩나물 시루 속의 콩나물들처럼 빽빽하게 들어앉아 수업 진행을 강요당하는 교수와 학생들을 생각해 보면, 본교 대학원의 장기발전방안이 ‘공두래 공두거(空頭來 空頭去)’, ‘다다익선(多多益善)’을 구호로 삼고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게다가 2004학년도 전반기 입시부터 5년제 학ㆍ석사 연계 교육과정을 추가로 시행함으로써 대학원은 양적 팽창과 재정 확충에만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언제까지 양적 팽창을 위한 방안만을 내 놓을 것인가. 그동안 대학원에서 내 놓은 발전방안 중에 과연 질적 향상을 위한 방안이 있었는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고 교육의 질을 낮춰 결과적으로 석ㆍ박사 실업자들만 양성하게 될 대학원 발전방안은 더 이상 ‘발전’을 위한 방안이 아니다. 이번 유아교육학과 사태는 대학원 장기발전방안에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함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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