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호 [사설]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것이 과연 보호 입법인가
 
 




[사설]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것이 과연 보호 입법인가


 



노무현 정권이 사실상 ‘비정규직 확대’를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 입법안을 발표했다. 지난 10일 발표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정권은 현재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파견제의 적용범위를 확대하여 양지로 끌어내고, 3년 동안 파견직노동자를 고용했을 경우 3개월의 ‘휴지기’를 두는 방식을 통해 사용자들의 파견직 고용을 줄이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고용불안에 내몰린 파견노동자의 차별을 해소하고 그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파견직 고용에 휴지기를 두어 불편이 뒤따르니까 사용자들이 파견직고용이 줄어들고, 비정규직을 보호하게 될 것이라는 발상은 참으로 허무맹랑하다.어느 누가 사용자라도 3년의 파견직 고용기간을 채우고 3개월의 휴지기를 두기보다 3년이내에 파견직노동자를 해고하고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를 채용하면 될 일이다. 게다가 파견업종의 범위도 확대된다니 사용자로서는 더욱 지화자를 부를 일이다.
더욱이 파견업종 확대에 따라, 노동자들의 경력을 중요시하지 않는 업체나 노동조합의 방어벽이 없는 중소업체에서는 정규직을 파견노동자로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길이 트였다. ‘회사가 힘들어 인원조정을 해야 하는데 회사에서 나갈래, 아니면 파견직으로 일을 계속 할러라는 식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을 압박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분명 정권이 자본의 손에 막강한 칼을 쥐어준 것과 다를 바 없다.
자본과 노무현정권은 한시도 노동유연화 정책을 중단한 적이 없었다. 작년 ‘글로벌스탠더드’와 ‘기업하기 좋은 나라’ 추진에서 경제특구법 시행과 노사관계로드맵 제시로, 올해는 한-일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노동유연화 구상과 기업도시 추진 등. 모든 정책에서 노동유연화 공세를 펼쳐왔다. 여기에 개정파견법과 제정기간제법의 입법화는 자본이 그토록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법과 제도로서 노동유연화의 완성을 의미한다. 노무현정부가 이와 같은 법률을 발표한 것은 참여정부라는 이름하에 보기좋게 포장된 신자유주의 정권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꼴이 되었다.
노동유연화와 비정규직 양산을 부추키는 비정규직 보호입법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이 법안이 주는 단 하나의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면 비정규직 문제가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는데 있다. 진정으로 노동운동이 단결해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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