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호 [아! 이 책] 손세관의 <도시주거형의 역사>
2005-04-23 05:29 | VIEW : 44
 




손세관의 <도시주거형의 역사>






 

집을 보는 또 다른 눈






 

안종봉 / 건축미술학과, 석사과정






우리가 태어나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바로 집일 것이다. 그 중에서 도시의 주거 생활은 집합주택으로 대변되는 아파트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도시주거형성의 역사>(열화당, 2000)는 그러한 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건축사(史)가 교회나 궁전 등 대규모의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기록하고 분석하지만, 이 책은 ‘보통 사람들의 삶’이 담긴 주거의 모습을 주로 다룬다. 특히 이는 도시주거에 대한 변화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관점의 서양 건축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은 인간의 생활을 담는 그릇이다’라는 말에서처럼, 집을 짓는 것은 인간의 생활을 담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릇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그러나 주거가 어떻게 변천해 왔고, 지구상의 다른 지역에서 시간을 두고 어떠한 모습으로 만들어져 왔는가에 대한 연구를 건축사의 입장에서 바라 본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지금까지 서양 건축사에서 다루는 내용은 주거사에 대한 언급이 전무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 들어서야 겨우 건축사에서 차지하는 주거형성 역사의 중요성이 다뤄지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건축사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미술사의 일부로서 양식을 소개하고, 그 형태적 특징을 나열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을 서양 주거의 역사적 근원과 변천과정을 사회문화사적인 관점에서 파악하여 서술하고 있다. 즉, 건축사를 사회사로써 인간의 여러 가지 삶의 모습과 물리적 환경과의 관계를 파악함으로써 유형(type)의 개념으로 주거사를 개괄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주거유형들을 추출한 이후, 그것들의 형성·변화 또는 소멸과정의 요인들을 추적조사한 보고내용이다. 때문에 단순히 주택의 형식이 어떻게 생겼나를 보기보다는 그렇게 만들어진 양식을 기후, 사회적인 상황들을 함께 고려하면서 주거에 수반된 복합적인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이런 논의의 내용과 그 전개방식으로 인해 건축학 뿐만 아니라 사회학, 인류학 등 주거형성의 배경 등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특히 각 장들이 그 자체로서 매듭이 지어져 있어서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볼 수 있고, 그 앞장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아도 독자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골라 볼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구성적 특징을 이 분야를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도 어렵지 않게 읽힐 것이다.


책의 내용이 주로 서양의 도시 주거의 내용이기 때문에 우리의 도시 주거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저자의 다른 책인 <서울 20세기 공간 변천사>를 통해 서울의 주거 변천과정을 볼 수 있으므로 만약 우리의 도시 주거 변천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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