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호 [사설] 버려진 노숙자 인권
2005-03-13 16:41 | VIEW : 36
 
버려진 노숙자 인권



새해부터 떠들썩하게 했던 ‘서울역 노숙자 사태’가 겨울 추위와 함께 조용히 잊혀져 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두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회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서울역 사건으로 인해 노숙자라는 존재는 우리사회의 공공의 적으로 낙인 찍혔다. 죄 없는 노숙자들이 ‘지하철 방화범’으로 누명까지 쓰게 되면서 사회 한 구석에서 노숙자 인권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어났다. 노숙자 인권 문제가 부각되면서 노숙자 호칭이 노숙인으로 격상되고 ‘노숙자 돕기’ 와 ‘노숙자 격리’ 라는 엇갈린 시각으로 나뉘게 되었다. 한편 노숙자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에서는 거리 노숙자들에 대한 강제 보호를 추진한다는 쌩뚱맞은 대책까지 내놓았다.


물론 사회 질서를 위해서 이들의 범죄행위에는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노숙자 문제의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 본다면 한시적으로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클 것이다. 일의 순서를 따지자면 아마도 노숙자들이 보호 시설을 회피하는 이유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제대로 된 보호시설도 확충되지 않은 채 단지 수용의 목적으로 그들을 강제로 몰아 넣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운영한다는 보호 시설조차도 기본적 생활이 불가능 실정이고 여성 노숙자의 경우는 자신을 보호하기에도 힘에 겨운 정도이다. 최근 ‘노숙자 자살사건’이 보도되었지만 주위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최소한의 주거와 의료적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조차 없는데 노숙자에게 인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는가. 오히려 이제 노숙자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암적인 존재로 인식돼 버렸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국가적 차원의 구제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무작정 강제수용하고 볼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서울시가 노숙자들이 쉴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누구도 그들을 강제할 권리는 없다. 노숙자에게 당장 일거리를 주선하고 주거지원을 하는 것이 해답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책이라면 재활치료를 돕고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돌아 올 수 있도록 복지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곱지 않은 사회 시선부터 바로 잡아야한다.


사회의 암적인 존재라는 인식 전환과 함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권리를 되찾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외된 노숙자를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마음부터가 시작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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