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호 [학술참관기] 서양미술사학회 국제학술심포지엄 <동아시아 미술과 서양미술사>
2005-05-15 18:29 | VIEW : 58
 




학술참관기 : 서양미술사학회 국제학술심포지엄 <동아시아 미술과 서양미술사>


미술을 통해 동아시아를 말하다






 

오경은 /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석사과정






서양미술사학회(회장: 윤난지,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주관한 제2회 국제 학술 심포지엄 <동아시아 미술과 서양미술사>가 지난달 30일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삼성 교육문화관 대강당에서 개최되었다. 이 심포지엄은 한국을 비롯한 홍콩, 대만, 일본 출신의 발표자들을 통해 동아시아 내에서 서양미술이 어떻게 수용, 재생산되는지를 조명하였다.


첫 발표자로 나온 서울대학교 김영나 교수는 「선망과 극복의 대상: 한국 근대미술과 서양미술」을 통해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서양미술의 수용의 양태와 그 인식 및 영향관계를 일본 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라는 두 시기의 작품을 이야기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은 개화기 이후 서양문물의 도입과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서양미술의 간접적 수용이 이루어졌다. 한편 한국 전쟁 이후 미국과의 정치, 군사, 문화적 교류와 프랑스 유학파의 증가에 따라 여러 사조가 유입되었는데 특히 앵포르멜 미술은 한국 근대미술의 아방가르드적 성격을 규정할 만큼 중요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그러나 발표자는 시대적 분위기에 의해 서양미술이 수용되어 한국미술 근대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한국미술의 자주성을 판단하는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의 개혁의 요구와 서양미술사의 해석들: 1917~ 1937」을 통해 사회개혁과 맞물린 서양미술 수용의 역사를 평가한 홍콩대학교 완 칭리 교수의 발표에 이어 「대만 현대미술에 나타난 이데올로기적 자연주의의 변용」을 발표한 대만 국립 타이난 예술대학교의 쉐 바오샤 교수는 대만 현대미술의 발전에 있어 산타야나, 먼로에 의해 개괄된 서구의 자연주의 미학 발전이 미친 영향에 대해 논했다. 그는 2차 대전 이후 급격한 정치경제적 변화와 이데올로기적 논쟁을 통해 대만의 현대 미술은 자연을 자족적인 존재로 이해하고 자연환경과 문화적 특성을 유화와 수묵화로 풀어냈다고 보았다. 이 논문은 대만 현대미술의 근간을 20세기 특정 서양미술 작품이나 사조보다 서구 미학이론에서 찾고 있다.


도쿄 대학의 스타급 교수인 사회학자 요시미 순야 교수의 「‘미국’을 소비하기: 전후 동아시아에서의 문화적 헤게모니」 또한 흥미로운 논의를 전개시켰다. 이 논문은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에 대한 문화적 대응이 공통된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전제 하에 미군 점령이 일본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을 다루고 있다. 일본에 있어 미국은 일방적인 것은 아니나 강력한 권위를 가진 존재로, 생활방식과 소비의 모델로 작용하면서 동시에 점령자와 피점령자의 상호관계를 내포하고 있다. 발표자는 미국이 일본 대중문화 속에서 이미지화 되면서 결국 일본인의 정체성 재형성과 의식에까지 강한 영향을 미쳤다고 결론지었다.


마지막은 덕성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정무정 교수의 논문「파리 비엔날레와 한국 현대미술」이었다. 발표자는 60년대 후반을 기존 미술을 비판적으로 계승하려는 엥포르멜 세대와 새로운 조형 활동을 모색한 실험적 세대가 상호작용하는 시기로 상정하고, 한국 작가들이 경험한 파리 비엔날레의 전위성이 그것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밝혀내고자 했다. 파리 비엔날레를 통해 엥포르멜 세대는 존립에 위기를 느꼈고 신구상, 옵아트, 팝아트 등 새로운 시도의 필요성을 자각했으며 젊은 세대는 기존 세대를 비판할 토대를 마련하면서 자신들 작업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제2회 국제 학술 심포지엄 <동아시아 미술과 서양미술사>는 서양미술과 서양미술사가 동아시아 국가에 미친 영향력과 동아시아 국가가 취한 수용의 태도 및 결과라는 중요한 화두를 제시했을 뿐 아니라 그 연구의 지평을 미술사뿐 아닌 사회학으로까지 확장시켰다는 의의를 가진다. 일부 연구에서는 20세기 서양미술의 작용을 상대적으로 약하게 다루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으나 서양미술사를 공부하는 학생들과 연구자들에게는 자신들의 위치와 역할을 재점검할 기회가 되었으며, 여타 관련 학문 종사자들에게는 미술과 미술사라는 렌즈를 통해 서구 문화가 전후 동아시아 문화와 맺는 상관관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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