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호 [아! 이 책] 코케이너의 <대지의 수호자, 잡초>
2005-05-15 18:31 | VIEW : 46
 




아! 이 책 :  코케이너의 <대지의 수호자, 잡초>>






 

잡초라 부르지 마라






 


김정명 / 생물학과 석사과정







잡초란 인간의 잣대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습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단어다. 본디 같은 식물일진대, 인간이 원하는 형질을 갖지 않고 자신들이 애지중지 키운 농작물을 망가뜨린다고 하여 굳이 잡초란 이름을 부여했다. <대지의 수호자 잡초>(조셉 코케이너, 우물이 있는 집, 2003)는 잡초에 대한 이러한 인식을 완전히 뒤집는 작품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잡초 자체가 인간에게 매우 쓸모 있는 존재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단순히 환경, 지구 생태적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제거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용해야 하고 충분히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예컨대 흰명아주, 해바라기 등은 하층토로부터 영양분과 수분을 표층으로 끌어올린다. 책에서 언급되어 있는 한 가지 사례는 이렇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한 과수원 주인은 생산량 증대를 위해 비료를 마구 쏟아 부었다. 그는 어느 해 갑자기 수확량과 과일의 질이 형편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땅의 생명이 이제 끝났구나”하고 좌절했던 그는 1년간 그 과수원을 방치해 놓았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잡초들이 과수원 전체를 뒤덮을 만큼 왕성하게 자랐는데도 과수나무들은 죽지 않고 오히려 더욱 번성한 것이다. 잡초들의 뿌리가 죽은 땅 깊숙한 하부 토양층을 열어 비옥하게 만든 것이었다.


또한 생태적 천이과정에서 천이 초반에 일년생 초본류 같은 흔한 식물들이 번성한 다음에 나무가 들어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잡초들이 토양에 있어 얼마나 놀라운 작용을 하는지 쉽게 상상해 볼 수 있다. 잡초들의 뿌리는 토양을 섬유화시키고 이러한 섬유조직은 박테리아나 곰팡이 같은 미생물들의 먹이 사슬에 있어서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얼마 전 강원도 고성일대에서 커다란 산불이 발생했다. 이 지역을 복원시키기 위해 잡초 같은 식물들을 퍼뜨려야 한다는 잡초 대두론이 일어나고 있다. 산불이 발생한 곳의 토양은 표층에서 유기물 등의 양분이 모두 날라갔기 때문에 잡초로 하층토의 양분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잡초란 인간의 억압과 견제 속에서 놀라운 생명력을 가지고 견디며 살아간다. 즉, 고난이 있어야만 숨쉬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러나 우리가 삶을 의지하는 작물들은 본래 가지고 있던 자생능력을 인간의 보호아래 상실해 버렸다. 이 책은 분명 잡초를 예찬하는 책이다. 예전부터 잡초에 대한 책은 많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제초나 방제에 대한 것이었고 잡초를 제거해야 하는 존재가 아닌 상생의 존재로써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진 않았다. 뿌리가 더욱 깊고 흡수력이 특히 뛰어난 잡초는 다른 어떤 식물보다도 더러운 오염원을 걸러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더구나 모든 생명체를 지탱하며 지표의 90%를 덮고있는 독립영양 생물인 식물중 최초의 생명체가 바로 잡초이다. 혼자서는 존재조차 할 수 없는 인간이 어찌 이들을 잡초라 부를 자격이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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