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호 [학술] 볼프 비어만 콘서트 베를린 장벽을 넘은 이방인의 노래
2005-06-18 19:33 | VIEW : 136
 




볼프 비어만 콘서트


베를린 장벽을 넘은  이방인의 노래







지난 5월 24일, 본교 아트센터 대강당에서는 독일의 김민기, 체제 저항시인이자 기타리스트로 알려진 ‘볼프 비어만(Wolf Biermann)의 콘서트’가 많은 학생들과 내·외부인사의 참여 가운데 열렸다.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그가 맨 처음으로 자신의 노래와 기타를 가지고 무대에 올라선 것이 바로 이 날의 무대였기에 남다른 주목을 끈 콘서트였다. 많은 청중들과 비어만 자신에게도 잊지 못할 첫 내한공연이었던 이번 콘서트는 본교 독어독문학과와 한독문화연구소 주최, 대산문화재단의 후원 속에 이루어졌다.


콘서트는 전체적으로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진행되었으며, 1부는 독일의 2세대 작가이자 동독 청소년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 <존넨알레(Sonnelalle)>의 감독인 ‘토마스 브르시히’가 참석하여 ‘나의 동독, 나의 통일’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앞서 상영된 그의 영화를 바탕으로 그가 느끼는 통일 이후 독일의 모습과 분위기를 전해 듣고,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생각을 청중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서 진행된 2부에서는 가죽자켓을 입은 한 노인이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올라 이목을 집중시켰다. 동화 <피노키오>에 나오는 제페토 할아버지를 닮은 외모속에서 이국적인 느낌과 친근한 이웃집 할아버지와 같은 인상을  동시에 풍기는  그가 바로  노래하는 시인(Liedermacher) 볼프 비어만이었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기타줄을 조율하는 세심한 손길이나 자신의 노래에 맞는 독특한 음색이 살아있는 목소리에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특히 그는 리허설 때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연주하면서 허밍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여 행사장의 분위기를 한층 더 무르익게 했다.


독일인이면서 한국 대중의 가슴속에 녹아든 가요를 애절하게 읊는 비어만. 하지만 분명히 한국은 그런 그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들에게 이방인이지만 어느 누구보다 전쟁과 분단으로 얼룩진 한반도의 아픔과 역사의 현실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런 비어만의 이번 초청 콘서트는 남다른 의의가 있다고 평가된다. 비어만의 독특한 생애 이력은 ‘독일 분단시대의 상징적인 존재’라는 것을 말해준다. 비어만 역시 전후 분단된 독일사회를 살아왔던 한 사람이며 누구보다 체제의 대립과 갈등이 심화된 혹독한 시대의 길을 걸어왔던 투사였던 것이다. 한 명의 휴머니스트이며 투사인 그의 노래는 통일을 향한 우리들에게 강한 메시지로 전해졌다.


비어만은 한독문화연구소의 류신 연구원과의 대담을 통해 통일 전후의 독일 사회를 경험한 자신의 이력을 피력하며 한국이 안고 있는 과제에 대해서 “통일은 미친 짓이다. 그러나 통일을 이뤄야만 한다”고 언급했다. 우리보다 앞서 통일을 이룬 독일의 현재 모습과 통일을 경험한 세대가 갖고 있는 시각과 생각을 통해 그는 우리 한국의 통일에 대해 감히 ‘경고’를 했다. 그래서일까. 비어만의 노래는 자신이 몸소 체험한 삶의 애환과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미 비어만의 노래에는 통일 전 독일의 많은 이들에게 전해졌으며, 정치적인 이념과 대립을 넘어서 통일로 이어지는 독일 현대사의 궤적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한다. 2시간여의 공연동안 비어만은 낮고 힘있는 목소리로, 때론 격정적이며 강한 기타선율에 몸을 맡기며 청중에게 열정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이 날 비어만은 자신의 대표곡 9곡을 연주하였고, 곡의 시작 전에는 노래마다 가지고 있는 사연과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것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와 의미를 강하게 전해 주었다. 전반부에 소개된 <격려>, 자신의 애창곡인 <프로이센의 이카루스에 관한 발라드> 외 2곡은 동독 시절 씌어진 노래들이고, 후반부에서는 시민권 박탈 이후 서독에서 만든 곡을 열창했다. 특별히 자신의 삶과 문학의 핵심키워드인 <멜랑콜리>와 <변하는 자만이 지조를 지킨다>외의 3곡은 큰 박수와 갈채를 받았다.




이동미 편집위원  petite-d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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