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호 [他大之石] 어학, 행정이 아닌 교육으로
2003-03-09 00:53 | VIEW : 8
 
130호 [他大之石] 어학, 행정이 아닌 교육으로

본교의 어학시험은 논문제출 자격을 검증하는 필수절차로 석사과정에서는 영어가, 박사과정에서는 영어와 제2외국어가 치러진다. 문제는 그 어학시험이 학문연구의 보족으로서 고려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행정절차로 치부된다는 점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한가지 이유는 대학원 어학교육의 소프트웨어가 부재하다는 점을 들수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열리고 있는 어학강좌는 바로 그 점에서 어학 교육을 위한 소프드웨어의 한 사례를 보여준다. 이대 대학원에서는 학생회 주관 하에서 1년에 봄학기, 여름방학, 가을학기, 겨울방학에 결쳐 총 4회의 어학강좌를 열고 있다. 이번 가을학기 어학 강좌의 경우 영어와 불어를 비롯해서 한문, 독일어의 총 4개 강좌가 개설되어 9월에서 11월까지 총 14∼16회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본교에서도 ‘개인의 노력 하’에서 어학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어떤 원우의 경우, 독학으로 독일어를 공부하고 현재에는 학부 독문학과 수업을 청강하면서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개인적 노력이라는 조건이 전체 모든 원우에게 일반화되기는 어렵다. 만일 어학에 대한 관심이 학문연구의 보족으로서 고려될 때는 더욱 그러하다. 바로 그 점에서 ‘대학원’ 어학강좌를 고려해봄직하다.

   먼저, 어학 강좌 개설에 있어서 재정적인 부담은 강사료 지급과 연관이 된다. 이에 대해 이대의 사례는 위에서 열거된 4개 강좌의 모든 강사가 이대 출신 학원 강사이거나, 이대에서 현직 교양 강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무연고의 외부강사를 초빙해서 강의하는 것보다 강사료 지급 문제에 있어서 훨씬 큰 유연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고려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많은 원우들이 강의에 참여를 하겠느냐는 측면이다. 이점에서도 이대의 경우가 사례로서 살펴볼 만한 점이 있다. 이대의 경우, 강의 개설이 석·박사 어학시험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국가고시 시험 및 유학대비 시험과의 선택적인 연계를 노리고 있다. 실재로 독일어 강좌의 경우 1강과 2강으로 나누어, 전자는 문법중심의 강의로 후자는 독해중심의 강의로 체계화시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특정 제도의 효과를 가지고 제도의 필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본다면, 매 학기초에 논의되는 어학시험에 대한 각종의 냉소가 본질적인 어학능력의 필요성을 절하할 수는 없다. 학문활동의 필요충분조건으로서 어학능력만을 요구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행정적 절차의 횡포로 바라볼 수 있지만, 그러한 비판은 본교 대학원의 어학에 대한 적절한 관심이 있을 경우에만 타당할 것이다.

김상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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