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호 [他大之石] 시험기간, 책들의 농땡이
2003-03-09 00:56 | VIEW : 6
 
131호 [他大之石] 시험기간, 책들의 농땡이

합리성을 바탕으로 하는 ‘행정’이라는 것이 어떤 면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본교의 입장에서 보자면, 시험기간 중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할 수 없는 것이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대학원생의 경우, 1인 5책으로 한달 가량의 기간동안 책을 대출할 수 있는데 시험 기간동안은 그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대출 금지의 이유는 대략 시험기간 동안 벼락치기용으로 책을 빌려가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나, 현재 대출 업무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근로학생이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것 등 크게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앞의 이유는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해도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본교에서 발생하는 도서 훼손의 대상은 주로 학부 과정, 특히 교양 과목 중 많은 암기가 필요한 과목의 시험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책들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시험 기간동안 책을 빌려가도록 하면, 최소한 그 이유에 의한 책 훼손을 막을 수 있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뒤에 이유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시험기간이라고 단행본 열람실을 아주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면 책 정리가 여전히 필요할 텐데, 시험기간동안 대학원생 책 대출을 허용한다고 얼마나 업무가 늘어나겠는가. 한양대와 경희대 경우 대학원생들은 시험기간과 상관없이 평소 이용한 데로 책을 대출할 수 있다. 이 학교들이 도서관 정규 직원수가 본교보다 많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험기간 중에 ‘도서 대출업무’가 그 정규직원 수의 차이 때문에 지장을 받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그 이유가 타당하려면 시험기간이 아닌 경우에도 정상적인 대출업무가 불가능해야 할 것이다. 결국 앞의 이유가 억지적 발상의 결과라고 한다면, 뒤의 이유는 편의적 발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도서관 업무는 학생들과 밀접한 행정업무라는 측면에서 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더구나, 이유가 타당하지 않은 행정의 경우 빠른 시정이 신뢰받는 행정의 초석이 된다. 시험기간 대출이 된다고 그 기간동안 얼마나 공부하겠냐고 한다면, 아이가 갑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애를 내다 버릴텐가.

김상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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