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호 [특집-쾌락] 쾌락을 가로지르는 책

쾌락의 옹호(이왕주 지음, 문학과지성사)
이 책은 욕망과 점잖음이란 이중성을 지닌 한국인에게 그 위선의 사슬에서 벗어나기를 권하고 있다. 물론 음습한 훔쳐보기류의 어두운 쾌락이 아니라 햇빛 화창한 대낮의 공개적인 쾌락을 추구함으로써 말이다. 충동 욕망 신명들. 이토록 불온한 것들의 뿌리는 무엇인가. 그때 우리 안에 잠든 요괴가 눈을 떠서 그런가. 내 판단으로는 그것은 오히려 성스런 내면의 함성이며 아득한 시간 저편에서 인류가 놓쳐버린 원초적 열정이 부활하려는 몸짓들이다.
그에 따르면 이제 몸 욕망 관능은 더 이상 덮어두어야 할 구린내가 아니며 살과 뼈, 땀과 눈물은 저 거룩한 진리의 전당에 묻은 부끄러운 얼룩이 아니다. 지은이는 몸과 욕망에 대한 집요한 경멸의 언어와 삼엄한 경계의 논리는 오히려 그것들이 지닌 저 엄청난 반역의 힘에 대한 형이상학자들의 두려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쾌락 원칙을 넘어서(프로이트 지음, 열린책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인 성행위가 고도로 강화된 흥분의 순간적 소멸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경험한 바 있다. 본능 충동의 묶기는 방출의 즐거움 속에 흥분이 최종적으로 배설되도록 준비시켜 주는 예비적 기능일 것이다.
프로이트는 쾌락 원칙을 넘어서 존재하는 죽음 본능을 파악하고 모든 유기체는 그 근원인 무기물로 돌아가려 한다고 정의했는데, 이를 통하여 본능의 이원론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역동적, 조직적 무의식의 개념이 억압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억압하는 힘도 무의식에 속한다는 결론을 끌어내고 있다. 프로이트는 스스로 검증의 심판대에 올랐으며 이 책은 그의 도전이 받아들어져 성공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쾌락의 횡포(장 클로드 기유보 지음, 동문선)
성에 관한 엄청난 소란이 오늘날 민주적인 근대성이 침투한 곳이라면 아주 작은 구석까지 식민지처럼 지배하고 있다. 이제 성은 일상 생활을 따라다니는 소음이 되어 버렸다. 우리 시대는 문자 그대로 그것밖에 이야기하지 않는다.
문화가 발전되고 교육의 학습 과정이 길어질수록 결혼 연령은 늦추어지고 자연 발생적 생식 능력과 성욕은 억제하도록 요구받게 되었지 않은가.
역사의 전진은 발정기로부터 해방된 인간을 금기와 상징 체계로부터의 해방으로, 다시 말해 성의 해방으로 이동시키며 오히려 반문화적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이것이 서양에서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서양에서 60년대 말에 폭발한 학생 혁명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성의 혁명은 30년의 세월을 지나 이제 한계점에 도달해 위기를 맞고 있다.
성의 해방을 추구해 온 30년 여정이 결국은 자체 모순에 의해 인간을 섹스의 노예로 전락시키며 새로운 모색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섹스의 횡포에 굴복하고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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