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2.9 수 12:16
기획문화
[문화기획] 문화활동가의 한 해 돌아보기
안혜숙 편집위원  |  ahs1182@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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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호]
승인 2006.02.25  18: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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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호 [문화기획]
 

 


문화활동가의 한 해 돌아보기


최연정 / 문화연대 활동가



한 해를 정리하는 기획으로 문화활동가의 입을 빌었다. 순차적인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현장에서 활동가로서 살아가는 문화인의 올 해에 대한 감상을 통해 원우들이 가지고 있는 일상의 기억들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현재 부시, 노무현, 블레어를 민간법정에 세우는 전범민중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편, 바다 건너 이라크까지 갈 것도 없이 일상이 전쟁이란 건 이미 새롭지 않은 사실이다. 취업전선에 내몰린 대학생들은 현실주의 중도노선을 표방하며 “예전처럼 운동 열심히 해도 척척 취직되면 당장 진보가 될” 거라고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그 와중에 ‘New Right’이 등장하여 조중동의 대대적인 띄워주기에 힘입어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2004년 한 해 어떤 일들이 있었더라. ‘꽃’의 시인인 김춘수가 사망했으며, 코아 아트홀은 적자운영에 시달린 나머지 종로영화제를 마지막으로 폐관했다. 지난 3월에는 한국 최초의 동성결혼식이 열렸고, 갈 데 없는 예술가 그룹인 ‘오아시스 프로젝트’가 광복절인 8월 15일 자본에서의 예술가 독립을 외치며 목동 예술인 회관에 작업을 건 사건도 있었다. 만두파동도 빼놓을 수 없다.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을 쳤다는 데 ‘속 터지고 열 받은 만두부인’들이 명동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만두파동과 관련해 ‘만두부인’ 시리즈의 여주인공들을 전격 인터뷰한 모 스포츠지 기자의 기획력은 돋보였다. 주인공인 L씨의 말, “우리의 알몸은 최소한 거짓말을 하진 않죠.”
올 한 해 문화계 이슈라, ‘문화’를 예술장르로 한정하여 이슈를 꼽아볼 깜냥이 내겐 없다. 다만 2004년 문화를 가로지르는 열쇠말은 ‘전쟁’이 아닐까 한다. 이라크 전쟁, 취업전쟁, 입시전쟁, 게다가 연애전선까지. 서부전선 동부전선 할 것 없이 이상이 너무 많아. 비단 2004년 뿐 일까. 경쟁을 기본으로 삼는 자본주의 사회가 전쟁사회라는 건 기실 새삼스러울 게 없는 얘기다. 한 해를 정리해 보는 버릇도 없을뿐더러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바람이나 설렘도 없는 편이지만 굳이 저무는 한 해를 돌이켜 본다면 우선 기억나는 장면은, 역시 이라크다. 피비린내 여전한 전쟁 이후의 현장이 온전히 추체험될 리 만무하겠지만 나도 모르게 확 신문을 구겨쥐고 말았던 어느 저녁, 퇴근길 지하철에서의 기억만큼은 선명하다. 벌거벗은 이라크인 포로들을 피라미드 형태로 쌓아두고 그 곁에서 미소를 짓던 미군의 사진이 거기 있었다. 진화가 꼭히 진보를 뜻하는 법은 없다지만, 여전히 야만적인 인간의 전쟁문화는 올해의 충격이었다. 새삼스럽다는 이유로 무감해져도 좋은 것일까. 똑같은 충격을 내년에는 겪고 싶지 않다.    
한편, 작년 키노의 폐간에 이은 코아 아트홀의 폐관은 다소 쓸쓸한 사건이었다. 한국영화가 산업전선에서 나날이 덩치를 불려 가는 반면, 아직도 그 장밋빛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소수문화의 불투명한 전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아닌가 해서다. 서울 시내 유일한 아트무비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도 폐관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편으로는 독립 다큐멘터리인 ‘송환’이 극장을 통해 대중에게 선보이고, 노동석 감독의 <마이 제너레이션> 또한 적은 수 나마 극장에 내걸려 있는 걸 보면 마냥 암울하게만 내년의 독립문화 지형을 바라볼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저 교보와 인사동과 코아 아트홀을 순례 코스로 삼았던 자신의 젊은 날(?)을 떠올리며 잃어버려 잊혀질 것들에 대한 회한에 잠시 젖어 보았 달까.  
웹 아트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장영혜 중공업>과 로댕 갤러리의 만남 또한 기억에 남는다. 로댕 갤러리의 하얀 벽면에 리듬 있게 텍스트가 투사되던 전시 현장에 ‘삼성’에 대한 <장영혜 중공업>의 풍자어린 텍스트는 실종돼 있었다. 최근 개관한 삼성의 리움 미술관은 예약자가 쇄도하는 반면, 올해 융성하기 시작한 소위 대안공간들의 전시현장은 썰렁한 형편이다. 대항예술을 넘어 대안적인 예술/미학의 내용과 확산-전경화가 어떻게 구성되고 이루어져야 할 지가 다음 해의 숙제로 남은 셈이다.
사람은 인도로, 차는 차도로, 그리고 버스는 붉은 색 버스전용차로로. 뚝딱, 귀하신 잔디 투성이인 서울광장 조성에 이어 서울시 버스체계를 70년대 무대뽀 새마을 정신으로 뒤집어 놓은 서울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몹시 불편했단 말이다!) 버스체계 전환이 교통문화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지껄일 재간이 없지만, 서울문화재단 문제를 비롯 이명박 서울시장의 비문화적 행정은 대통령 탄핵사건, 행정수도이전 위헌 판결과 더불어 그 정도에서 단연 이슈감이라 함직하다.    
전선에 서지 않겠다는 병역 거부자들과의 만남도 빼놓을 수 없다. 양심에 의거한 병역거부는 합헌이라는 (제멋대로) 헌재의 판결이 아니더라도,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은 올 한 해 그닥 낯설지만은 않은 단어가 되었다. ‘군대가야 사람 된다’는 통념이 ‘군대 안가야 사람답다’는 것으로 바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병역거부는 평화운동으로 귀결된다면서 무엇보다도 연애전선에서 평화롭기가 쉽지 않다던 한 병역거부자의 말을 기억한다.
2004년의 연애전선, 다른 전선과 마찬가지로 이상 많았음. 사랑밖에 모르고 싶은 연애지상주의자로서 다가올 새해의 문화운동 의제로 연애를 학습과 자기성찰, 평화운동의 장으로 삼을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남편에게 맞고 살고, 이혼했다고 피해보상청구 소송에 걸린 김미화, 최진실 씨 등과  연대할 생각도 있다.
마지막으로 ‘돈 떼먹는 법’ 저자가 돈 떼먹은 사건은 출판계의 대단한 이슈까지는 못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의미심장한 사건이었다. 이이는 높은 이자를 주겠다며 자신의 책을 펴 낸 출판사 사장에게서 8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는 수법으로 세 차례에 걸쳐 모두 11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다. ‘돈을 빌린 다음 일정 기간 원리금과 높은 이자를 갚은 뒤 문제가 생기면 달아나라’는 책 내용을 실제 범행수법에 그대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행동하는 지식인의 전형을 보여주었다라고 한다면, ‘오바’인가.
‘하늘엔 영광, 땅엔 평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나는 소망할 것이지만, 일상이 전선이고 사는 게 결국 전쟁일 수밖에 없다면 요만한 평화의 유지보다는 어떻게 싸울 것이냐가 삶에 있어서의 관건이 아니겠느냐는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가. 내년에도 붙잡고 있을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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