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호 [계열학생회 평가] 밭을 나무랄 것인가, 농부를 나무랄 것인가
2003-04-04 18:07 | VIEW : 9
 
179호 [계열학생회 평가]
밭을 나무랄 것인가, 농부를 나무랄 것인가

 


김종건 /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일반 원우로서 자신이 속한 계열학생회에 대한 평가를 한다는 것은 그 동안 자신의 대학원 생활을 자아비판하지 않고서는 엄두를 내기 어렵다. 여기서 자아비판은 ‘참여와 소통의 주체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았느냐’와 관련된 것이다. 먼저 주어진 지면에서 고백을 하자면 참여라는 단어와 연관되는 나의 행적이 떠올려지지 않는다. 평가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모든 사회계열 원우들에게 나에게 주어진 ‘계열평갗의 임무가 주어졌고, 그들이 모두 나와 같이 자아비판을 수행했다고 하자. 각각의 평가들이 꼬리를 물 것이고, 그 다음은 이런 식의 질문을 거꾸로 누군가에게 해야 평가를 보다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나에게 참여의 장이나 기회가 제공되었는갚 또는 “나는 소통의 주체인가 객체인갚 이런 수동적인 태도가 질문으로 제기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스스로를 먼저 일반 원우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우리 대학원사회에서 상당히 정착되어 있다. ‘학생회-일반 원우’의 규정은 학생회를 주체로, 일반 원우를 대상으로 규정하는 버려야하는 ‘전통적인 인식’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이 구도를 그대로 따라가 보자.

대학원사회를 인식할 때 사회계열학생회는 주체의 입장에서, 일반 원우는 대상의 입장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해석한다. 자, 이제 사회계열학생회를 어떤 측면에서 평가해야 하는지 명백해졌다. 먼저 일반 원우들의 관념 속에 사회계열학생회가 자리잡고 있는지부터 따져보자. 결론부터 말하기 좋아하는 원우의 입장에서 서면, 이번 사회계열학생회는 처음과 끝에만 있었다.

처음이라 함은 선거할 때, 끝은 다시 선거할 때를 말한다. 그리고 중간에 자율예산 집행할 때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회계열논단에 쓸 원고 모집한다고 할 때 나타났다. 일반 원우들이 사회계열의 존재를 느끼는 것은 다름 아닌 학생회활동을 통해서이다. 메일을 보내서 알리든 대자보를 붙여서 알리든 아니면 전화를 통해서 하든 과대표까지의 연락은 계열학생회의 기본적인 활동이다. 학생회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이렇게 불연속적이고 갑작스럽다는 것은 무계획적인 활동과 ‘시간 날 때’ 하는 학생회 활동이었다는 것을 뜻한다.

존재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영역, 홈페이지를 살펴보자. 대학원총학생회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들어갈 수 있는 사회계열 홈페이지는 위의 활동과는 다르게 늘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문제는 그 공간을 얼마나 이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반 원우와 학생회 모두 반성이 필요한 지점이다. 그렇지만 활동이 없는 상황에서 알릴 만한 것이 있었을까. 결국 홈페이지도 실물의 흐름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공간임을 분명히 할 때 사회계열 학생회는 실물적 활동이 없었다.
다음으로 우리 손으로 뽑은 사회계열 학생회 계열대표를 바라보자.

작년 말 선거 때 특이하게 사회계열은 경선이었다. 선출된 계열대표는 이전과 다르게 공약을 언급하면서 내걸었었다. 지금 그 공약을 기억하는 원우는 없겠지만 연구회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현재 연구회는 계열학생회의 구성단위가 아니라 학술조직자치위원회라는 조직체계로 떨어져 나왔다. 이전의 학생회와 비교해 계열학생회가 연구회와 맺는 활동은 연구회장단회의와 연구회 학술활동지원 그리고 계열차원의 학술특강 또는 학술제를 기획·조직하는 것이었다. 사회계열대표는 무슨 활동을 통해서 자신이 내건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 노력했는가.

한 가지 더 따지자. 사회계열 상반기 감사에서 감사위원은 “예산사용의 투명성 확보에 대한 미흡한 점이 많이 보였으므로 앞으로의 예산사용의 타당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주문”하였다. 하반기에는 각 단위로 일괄적인 예산이 집행되었기 때문에 분명 상반기 감사위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치자. 그럼 상반기 때 대체 어떻게 사용했길래 감사위원의 지적이 있었는가.

일반 원우로서는 누가 알려주기 전에는 잘 모르고 관심도 잘 안 간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16개학과를 포괄하고 있는 사회계열은 계열학생회 중 예술계열의 예술제 예산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예산규모를 할당받고 있다. 이번 하반기 감사에서 이 점은 분명히 소상히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일반 원우는 이상적으로 참여와 소통의 주체가 되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주체의 위치에 있지 않다. 농사를 짓는데 있어서 일반 원우는 다같이 농부가 되려고 하지만 그 역할을 학생회에 위임하고 있다. 한해 농사가 잘 되었는지 잘 안되었는지를 따지는 마당에 기회와 수단을 갖지 못한 밭을 나무랄 것인가 아니면 연장으로 땅을 뒤집어보기라도 해야될 농부를 나무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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