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호 [학내] 학내쟁점 연구중심대학 방향과 문제점
2005-04-23 05:02 | VIEW : 60
 

 
학내쟁점 연구중심대학 방향과 문제점


연구중심대학 그 성공의 열쇠는




우리나라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은 지난 99년부터 6년간 진행된 BK-21 사업의 시작으로 본격화되었다. 현재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2010년까지 15개 내외로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정책 방향은 각 대학원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보여진다. 현재 백화점식 종합대학이 전문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학문중심 상아탑형 대학원은 기업형 대학원으로, 분배원리에 의한 형평지원은 선택과 집중에 의한 차등지원으로, 학부중심의 다양한 교육은 대학원 중심의 전문교육으로 변모하게 된다.


우리 학교에서도 지난 8일 대학원 국제회의실에서 <연구중심대학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한상준 대학원 부원장(물리학과 교수)이 발표한 대학원 발전방안 내용을 살펴보면 △일반대학원 유사 및 중복분야 통폐합 △법학 및 교육·전문 대학원 육성 △일반대학원 교과과정 전면 개편 및 산·학연 협력강좌 확대 △학제간 협동과정 활성화 △우수학생 유치 및 우수 교수 유치 △연구조교제도 정립 △장학금제도를 재학생에서 신입생중심으로 전환 △대학원생을 위한 연구 장려제 신설(우수논문게재 장려금, 학술 발표 참가비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김민찬 대학원 총학생회장(정치외교학과)은 “대학원 발전방향은 정부정책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수동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유사 및 중복분야의 통폐합의 경우, 학부제의 폐단이 이미 지적된 적이 있고, 학문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계획이다. 그리고 방향만 제시하고 있는데 세부적 시행계획이 하루 빨리 세워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연구중심대학으로 가기 위한 대학원 발전 방향의 세부적인 내용과 의미 그리고 문제점은 무엇인가.
연구의 기능은 주로 대학원 과정에서 이루어지며 지식 창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학은 기초연구를 통한 체계적인 학문적 이론 정립뿐 아니라 더 나아가 응용연구와 개발연구도 부분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학교에서 준비하고 있는 산·학연 협력강좌와 목적지향연구소 신설 등은 대학의 근본적인 기초연구 기능을 무시하고 기업의 연구소 같은 역할로 대학을 몰아갈 우려가 있다. 이것은 정부가 학문 분야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선택과 집중식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응용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기초분야의 연구가 꼭 필요하며, 이 두 가지가 함께 공존하지 않는 이상 단기적인 발전은 효과를 볼지 모르지만 또다른 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일반대학원의 유사 및 중복분야의 통폐합의 경우 학부제를 통해 그 한계를 경험했다. 이는 학문간 협동을 통한 다각화된 접근을 시도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통합학문으로서의 커리큘럼 구성이나 교수확보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더군다나 실용학문 위주의 통합으로 학문탐구 및 연구기능이 상실될 수 있다. 연구중심대학으로 가기 위해서 대학원은 자신의 전공영역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지속적인 학문연구와 노력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야 하나, 유사 학과의 통폐합 등으로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기술만을 습득하는 곳이 되기 쉽다. 오히려 연계성이 있는 학과들의 경우 대학원생들이 다양한 영역을 접하여 연구 폭을 넓힐 수 있게 공통영역 분야의 수강과목을 개설하는 제도 등의 방안이 바람직하다.


연구중심대학으로 가기위해서는 대학원생에 대한 지원 또한 필요한데, 장학금제도나 연구장려를 위한 지원제도는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발전안에 보면 재학생 위주의 장학금제도를 신입생 중심으로 가져가면서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기간의 연구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지속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장학금제도의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외부 장학금을 유치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발전안에 따르면 모든 분야에 있어 연구 성과에 따른 지원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차별지원은 결과만을 중시하고 학문의 다양성 등을 배제한 채 똑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과에 따른 지원이 아니라, 연구시작부터 지원할 수 있는 근본적 제도를 마련해야 활발한 연구활동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전체적인 연구중심대학의 내용은 방향성을 잡았다고는 하나 이전의 드래곤 2018의 장기발전 계획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제 실천할 수 있는 세부계획들을 세워 나가야 할 때라고 본다.


연구중심대학이라는 목표 속에 진정 ‘연구란 무엇인갗하는 근본적인 질문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POST-BK21 사업에 매년 4천억원을 넘게 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구조개혁 재정지원사업, POST-BK 21사업, 대학 특성화 사업 등 연계하여 수도권 대학의 정원 감축을 유도” 하겠다고 한다. 이에 다음달 12일까지 각 대학들은 특성화 분야와 관련한 기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렇듯 특성화 분야에 투자 뿐만 아니라 학문의 다양성 인정과 기초 학문에 대한 지원이 없다면 교육은 그 뿌리까지 흔들리게 될 것이다. 정부의 시장경쟁 논리에 의한 효율성의 믿음이 대학이라는 상아탑을 흔들고 있다.


신경범 편집위원 죱shinkyong74@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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