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6.11 목 16:51
기획예술
[삶과 경계] 섬과 바다-경계 너머의 길조동범/ 시인
안혜숙 편집위원  |  ahs1182@cauon.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222호]
승인 2006.02.04  15:37:35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초지대교를 지나 강화로 들어선다. 염하의 빠른 물살이 광성보와 덕진을 거쳐 초지를 지나고 있다. 염하의 선명한 경계가 김포와 강화, 지척의 거리를 가른다. 강화는 원래 김포반도에 이어진 육지였다. 그러던 것이 내륙이 바다로 가라앉은 뒤에 섬이 되었고 그 후에 임진강과 한강의 퇴적작용으로 다시 육지가 되었다. 육지가 된 강화는 강의 침식작용으로 또다시 섬이 되었다.
  일 킬로미터가 조금 넘는 다리를 지나 강화로 들어선다. 다리로 이어지기는 했지만 강화도 섬인지라 도로를 따라 바다가 펼쳐진다. 강화의 바다가 다른 점은 여느 바다처럼 출렁이지 않고 흐른다는 것이다. 강화의 초입에서 만나게 되는 염하가 그러하고 석모의 사이에 놓인 바다가 그러하다. 고요한 바다와 구릉 그리고 들판이 있는 강화는 사람이 살기에 척박한 다른 섬에 비해 비교적 풍요로운 환경을 지니고 있는 편이다. 섬이 지니고 있는 폐쇄성은 풍요롭지 못한 환경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데 강화는 그러한 풍요로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섬이 지니고 있는 폐쇄성으로부터는 그다지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섬의 폐쇄성은 섬과 육지를 가로막은, 바다라는 경계로부터 비롯된다. 그것은 강화가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효한 것이다. 강화에 다리가 놓인 지 35년이나 지났음에도 섬의 특질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섬과 육지의 경계 때문이다.

  다리가 놓여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섬 강화는 뱃길이 아니면 갈 수 없었던 70년 이전에 비해 폐쇄성이 많이 옅어지기는 했지만 섬 특유의 고유한 배타적 폐쇄성은 아직도 섬 문화 곳곳에 남아 있다. 섬 주민들이 외지인의 이주에 보이는 거부감은 여느 시골의 그것보다 훨씬 강하다. 예전에 누군가의 상여가 어느 섬의 마을을 통과하지 못하고 산을 넘어 선산으로 가야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망자가 그 섬 출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고향을 오랫동안 떠나있던 그에게 고향은 마지막 길을 가로막았던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섬의 폐쇄성을 일반화 시킬 수는 없겠지만 섬사람들은 섬과 육지의 경계가 주는 거리감만큼 외지인과 일정한 경계를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들은 육지에 비해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으며 바다로 둘러싸인 경계 안의 그들에게 경계 밖의 세상은 두렵고 낯선 공간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경계는 곧 분리를 의미한다. 나와 너의 경계는 두 사람의 분리를 의미하고 차도와 인도의 경계는 각각의 길을 이용할 대상을 갈라놓는다. 창밖과 창안의 경계는 창을 기준으로 한 두 세계를 간단하게 나누어 버린다. 섬과 육지 역시 바다라는 경계를 통해 두 개의 공간으로 분리 된다. 바다는 특히 섬에 있어서 많은 의미를 지닌다. 육지에서의 바다가 외부와의 소통을 꿈꾸는, 들고 남의 공간인데 반해 섬에서의 바다는 육지로 나아갈 수 없는 경계를 이루는 폐쇄적인 공간이 된다. 그런데 서해의 바다와 섬 사이에는 섬과 육지 그리고 섬과 바다를 이어주는 갯벌이 있다.

  염하를 따라 이어진 좁은 갯벌은 강화 동검도에 이르러 드디어 광활한 모습을 드러낸다. 갯벌은 생태적·경제적 가치 이외에 섬과 바다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서해바다의 섬은 그 경계가 섬과 바다로 바로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니라 갯벌이라는 유예의 장소를 가지고 있다. 갯벌은 섬이면서 동시에 바다가 된다. 따라서 섬의 폐쇄성을 넘어, 바다로 나아가는 길이 되는 것이다. 갯벌은 단순히 바닷물이 빠진 바다의 바닥이 아니다. 그것은 섬사람들에게 들판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염하가 섬과 육지를 나누는 단절이라면 갯벌은 섬과 바다를 이어주는 확장의 공간이자 또 다른 길이다.
  강화에 살고 있는 함민복 시인과 갯벌에 나간 적이 있다. 아득히 멀어진 섬과 잔잔히 물러선 바다 사이의 갯벌은 발바닥을 통해 전해오는 푹신함과 같은 섬과 바다의 완충의 공간이었다. 먼 바다로 물러선 바다의 경계가 다시 돌아오기 전에 갯벌로 나간 사람은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 바닷물은 갯벌로 나간 사람들의 길인 갯골부터 막아서며 돌아오기 때문에 바다보다 한발 앞서 갯벌을 빠져나와야 한다. 그래서 섬사람들은 경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경계를 지킨다는 것은 곧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섬과 육지라는, 경계 안과 밖의 문제나 밀물과 썰물로 인해 생기는 바다의 경계는 섬사람들에게 민감한 것일 수밖에 없다.  섬은 일반적으로 폐쇄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서해의 섬과 바다의 경계에는 갯벌이라는 확장의 공간이 있어서 섬의 폐쇄성을 넘어설 수가 있다. 그래서 강화는 염하로 단절된 섬과 육지의 관계를 갯벌로 복원하게 되는 것이다. 섬과 바다 그리고 육지의 경계. 경계는 물론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서해의 섬 강화에서 나는 단절이 아닌 경계의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먼 옛날, 육지였던 강화처럼 처음부터 경계는 무의미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모든 경계에는 함민복 시인의 말처럼 꽃이 피는 것일 지도 모른다.

<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안혜숙 편집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06974 서울특별시 동작구 흑석로 84 중앙대학교 302관(대학원) 201호 대학원신문사  |  대표전화 : 02-881-7370   |  팩스 : 02-817-9347
인터넷총괄책임 : 편집장 | 게시판총괄책임 : 편집장 | 청소년보호책임자 : 편집장
Copyright 2011 대학원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cau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