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경숙/부산시민

  영화제 개막 전날부터 부산은 그야말로 온통 축제 분위기이다. 부산역은 영화제 구경을 위해 여기저기서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댔고, 남포동과 해운대 일대는 축제 분위기로 한껏 달아오른 모습이다. 개막작 티켓이 발매 5분 만에 매진되는 바람에 티켓확보의 어려움을 겪는 등 여러 가지 불만사항들이 지적되기도 했지만 영화제 기간만큼은 그런 불만들도 고조된 축제 분위기에 한풀 꺾이는 듯하다.

  1996년 개막한 부산 국제영화제는 첫 회 총 27개국 170편의 영화를 선보임으로써 18만 4천명의 영화 팬들이 그 시작을 함께 했다. 1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는 73개국 307편의 영화가 상영되어 질적으로 양적으로 역대 최대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소재와 관점을 다룬 세계 각국의 영화를 관람 할 수 있고, 아직 개봉 전인 우리영화를 미리 만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만큼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평소 우리나라 영화시장에서 흔히 만나볼 수 없는 세계 각국의 영화를 관람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 대해 많은 지식이 없다 해도, 어떤 영화를 관람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해도 영화제 기간에 각 영화매체에서 매일매일 발행되는 잡지를 어디서든 쉽게 만나볼 수 있으니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그렇게 부산국제영화제는 젊은 세대 또는 영화 매니아 같은 어느 특정 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닌 남녀노소 누구나 다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축제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축제를 백분 즐기기 위해서는 우리가 빠뜨리면 안 될 몇 가지 것들이 있다. 이왕 축제를 보러 부산까지 왔다면 이번기회에 부산의 곳곳을 둘러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될 것이다. 남포동 PIFF광장에 가면 곳곳에서 안내부스를 설치하고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영화 상영시간을 기다리는 동안에 PIFF광장을 한바퀴만 둘러본다면 각종 홍보물들로 양손이 묵직해지는 것을 금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야외 무대인사도 많고, 영화에 나오는 복장으로 PIFF 광장을 다니며 영화 홍보를 하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그것도 영화제의 재미에 한 몫을 한다.
  근처 국제시장과 자갈치 시장을 둘러보며 구수한 부산사투리와 바닷바람을 즐기는 것도 짜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막상 영화제 구경을 왔지만 갑작스런 여정으로 미처 영화표를 예매하지 못했는가. 단체로 영화를 관람하기엔 표가 부족한가. 그렇다 해도 너무 걱정할 일이 아니다. 영화 시작 전 상영관 앞에 가면 커다란 메모판에 수많은 메모지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표를 가지고 있으니 필요한 사람은 연락을 달라는 메모이다. 메모지에 적힌 연락처로 연락을 하고 표를 가진 사람과 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만나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켜 준다. 그렇게 극적으로 보게 되는 영화는 어쩐지 더 재미있고, 영화제의 깊은 인상으로 각인되기도 한다.
그러니 표를 예매하지 못했다고 영화제 구경을 망설이거나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표는 어떻게든 구해지기 마련이고, 설사 구하지 못한다 해도 PIFF 광장을 둘러보며 한껏 달아오른 축제 속에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영화제 기간에는 지하철 안이나 거리에서 중국ㆍ일본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미소만으로 사진도 함께 찍고, 악수를 나누기도 한다. 그렇게 영화제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을 연결해 주고, 외국인과도 벽을 허물 수 있게 한다.
 
  영화제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고 머무는 곳이니만큼 안전사고도 잇따르기 마련이다. 야외무대의 경우 스타를 보기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 사람만 비집고 들어와도 도미노처럼 많은 사람이 넘어질 우려가 있다. 사람들의 안전에 신경 쓰랴, 거리의 혼잡함에 불만을 쏟는 사람들의 욕설을 받아주랴, 애꿎은 전경들은 늘 고생이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작은 행동이 축제의 분위기를 자칫 흐리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거리의 혼잡함과 무질서함이 축제 이미지를 훼손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축제를 축제답게 즐기고, 만들어가는 것은 다름 아닌 영화제를 찾은 본인들임을 알고, 질서를 지키고, 배려하는 것이야 말로 영화제가 지속되길 바라는 이의 자세일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10년의 역사를 가지며 아시아의 대표적인 영화제로 거듭나는 만큼 축제를 즐기는 우리의 자세도 아시아 대표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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