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소장논문 폐기논란

 
 

상아탑으로서 대학을 바라볼 때 학교 도서관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서적을 열람하고, 자료를 구할 수 있으며, 학생들의 학업공간을 제공해 주는 장소로서 도서관은 그 학교의 교육수준과 연구활동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이다. 그렇다면 본교 중앙도서관은 어떠한가. 학교 당국이 지향하는 교육목표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중심에 위치한 도서관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원문 서비스는 지금도 미봉책

많은 학생들이 중앙도서관을 이용하면서 겪는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도서관 웹을 통한 ‘원문서비스’ 관련문제다. 원문서비스란 디지털 처리가 된 자료를 컴퓨터에서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최근 전국 대학 도서관에서는 학위논문을 비롯해 각종 페이퍼 자료들을 컴퓨터상에 DB화하고 있다. 하지만 완전한 원문 서비스 구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99년 이전의 논문들이 폐기되었다는 사실이 문제를 낳고 있다.
99년 이후 학위논문은 논문작성자의 동의를 얻어 거의 대부분 도서관에서 제본과 원문으로 제공된다. 그러나 본교와 타 대학의 99년 이전 학위논문은 논문작성자의 동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원문서비스가 100% 구축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도서관 공간문제와 결부되어 지난 03년부터 약 6만 2천여 권이 폐기되었다고 한다. 특히 웹상에서는 소장되었다고 표시되는 논문마저 막상 도서관 서지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어 본교 중앙도서관의 서지정리에 문제가 있음을 말해준다. 이에 도서관 허정일 참고실 계장은 “99년 도서관 시스템의 DB화가 되기 시작하면서 전국의 대학 도서관들과 논문 교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그전의 논문들의 경우 80년대 후반부터 안고 있던 도서관 공간부족문제와 결부돼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몇몇 학생들이 서지에 관련해 문의를 해오면 개인적으로 논문이 폐기됐다고 알려주고 있다”라고 전했다.
도서관 측에서 도서관 자료, 특히 타 대학 학위논문 폐기를 사전에 공지하여 학생들의 충분한 이해를 구했다면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수고로움을 상당 부분 덜었을 것이다. 또한 공간부족을 이유로 아직 퇴출준비가 되지 않은 논문들마저 이용자들의 아무런 동의 없이 폐기함으로써 학생들의‘알 권리’까지 제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저작권을 둘러싼 부분 해결되지 않아

이렇게 공간부족이라는 정당성과 원문서비스 실시를 이유로 타 대학 논문을 폐기한 것은 비단 본교 도서관만의 상황은 아니다. 고려대의 경우도 02년부터 고려대 소속 학위논문을 제외한 나머지 논문은 본교가 안고 있는 비슷한 이유로 폐기 처분했다고 한다. 논문 폐기 이후, 도서관에서 직접 열람할 수 없는 자료들에 대해 도서관 측에서 몇 가지 방안들(국회 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 그리고 상호대차)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저작권’이라는 미묘한 사안이 걸려 있어 이용하는 학생들만 불편을 겪고 있다.

본교의 경우, 중앙도서관 참고열람실과 대학원 지하전산실에 국회도서관 전용검색 PC가 설치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를 통해 국회도서관에 구축되어 있는 모든 원문을 서비스 받을 수는 없다. 몇몇은 저작권과 관련해 ‘한국 복사전송권 관리센터(이하 센터)’에 수수료를 지급해야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센터는 문화관광부장관의 승인으로 저작·출판권자로부터 복사권과 전송권을 신탁받아 관리 및 사용료를 징수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이곳에서 징수하는 저작권료에서 30%의 관리수수료를 제외한 지면 당 3원(논문과 같은 비매품의 경우 책정된 1면 당 수수료)이 저작권자에게 돌아간다. 문제는 규정상 3천원이 적립될 때까지 저작권료가 저자에게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대다수의 학위논문 저자들은 자신의 저작물 이용실태에 대해 거의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지식을 생산해내는 당사자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어 저작권법 자체 문제로도 부각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 대학의 도서관과 센터는 지난 2년 동안 ‘저작권의 범위’를 두고 마찰을 빚어왔다. 저작권에 대한 각 대학들의 입장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논문의 원문이용에 제한이 없도록 저작권을 학교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수렴되고 있다. 그러나 센터는 대학들의 이러한 입장이 저작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논문작성자에게 부여된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수료징수와 저작권 관리라는 센터의 법적지위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학 도서관들은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먼저 서울대의 경우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에게나 제공했던 원문서비스를 지난 16일부터 제한함으로써, 학교 내부 접속자에 한해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했다. 서울대는 45년 이후부터 관리소장된 논문을 완전DB화하는 동시에 폐기없이 모두 학위논문열람실에 보관중이다. 아울러 서울대를 중심으로 전국 국·공립대학 150여개가 가입된 ‘학위논문 원문 공동이용 협의회(이하 협의회)’를 구성해 URL 링크를 통한 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는 센터에 40만원의 수수료를 일괄 납입하는 방식으로 약 2만 5천명의 학생들이 원문서비스를 제한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본교의 경우 기술적인 이유를 들어 협의회와의 협력체계를 이루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센터와 어떤 계약도 맺지 않아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비용이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서관 서비스 문제, 조속한 시정 요구돼

대학의 도서관은 학문의 중심공간으로써 중요한 상징성을 갖는다. 타 대학 도서관에 비해 넉넉하지 않은 자료소장으로 인한 불편은 차치하더라도, DB화를 완료하지도 않은 논문을 폐기한 것은 도서관행정의 불찰로 지적할 수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진통을 겪고 있는 도서관의 절대공간부족에 관한 사안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도서관의 노력이 부족한데 있다.
공간부족을 이유로 소장논문을 폐기하기 앞서, 그 후에 야기될 문제에 대한 차후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지금 현실에 부각되고 있는 원문서비스 문제와 관련해서 본교 중앙도서관은 자료가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는 시스템협의회 가입이나, 기술적인 시스템전환을 대승적 차원에서 모색되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방법이 기술적으로 제한되거나 지나친 비용을 유발한다면, 연세대의 경우처럼 센터에 수수료 일괄납입하는 최소한의 대안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도서관 원문서비스 문제와 관련해서 대학원 총학생회(이하 원총) 김민찬 학생회장(정치외교학 박사과정)은 도서관의 논문폐지 조치는 ‘근시안적이고 행정 편의주의적 처사’라고 비판하며 “향후 실질적인 학문활동을 지원하는 도서관 원문 서비스 대책의 강구와 정보시스템 결합의 개선”을 강조했다. 이런 원총의 입장은 이번 등록금 협상 때 문제로 제기될 전망이다.
타 대학에 소장되어 있다는 이유로 본교 소장된 학위논문을 폐기한 것은 단순히 실용적 차원에서 논의될 사안이 아니다. 이는‘타 대학 소장’이라는 이유가 공간부족이라는 절대적 명분과 결합할때 본교에 소장된 다른 자료들마저 영구 폐기될 수 있으며, 본교 학생들의 타 대학 도서관 이용률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암울한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