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9.10.1 화 22:53
기획사회
[사회기획] 머리 속까지 보자고 하네김정인/춘천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
최화진 편집위원  |  drum5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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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호]
승인 2005.10.31  16: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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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학원 총학생회에서 준비했던 강정구 교수 대중특강이 취소되었다.강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던 만큼 외부의 반응에 대해 민감했던 것 같다.이번 사태는 학문사상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과 학문을 이용한 선전선동이라는 점에서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립하는 상황이다.이에  지면을 통해 학문의 자유와 국가보안법에 대해 생각하며 좀 더 다양한 학문의 장을 만들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우리 학계에서 ‘학문의 자유’에 대한 논의는 늘 법학자들의 몫이었다.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라는 헌법 제22조 1항의 해석이 주된 쟁점이었다. 법적 잣대로 본 학문의 자유, 그 이상의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는 것은 학문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는 학문의 자유를 확보하고 수호하는데 앞장서야 할 학자들이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도 관련이 있다.
70·80년대 민주화 투쟁은 곧 지식인들에게 있어 학문의 자유를 쟁취하는 과정으로 이해되었고, 또한 일정 부분의 지평을 확보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한 일반 학계와 학자들의 무관심한 혹은 적대적이기까지 한 태도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학문의 자유가 갖는 민주주의적·미래지향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현격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학문의 자유와 이중적 접근
본래 학문의 자유는 서양의 지적 전통에서 나온 논쟁과 투쟁의 산물이다. 학문의 자유 없이는 진리 추구가 불가능하다. 여기서 말하는 진리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다. 시민적 기본권인 학문의 자유는 사회적으로 유용한 가치로 만일 이를 파괴하고자 한다면, 자유사회의 근본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혹여 학문의 자유가 결여되어 있다면, 그 책임은 국가가 아니라 대학과 학자들에게 있고 회복시켜야 할 소명 역시 그들의 몫이다. 이처럼 학문의 자유는 독재정치와 권위주의 체제에 의해 침탈당하고 이에 학자들이 저항해 온 역사 속에서 개인의 양심과 선택을 최대한 존중하는 풍토를 만들어왔다.
반면에 우리 사회에서 학문의 자유가 논란이 되는 계기는 주로 국가보안법에 의해 제공되었다. 학문의 자유는 헌법에 명기된 국민의 기본권이지만 그 가치와 범위를 제한하는 역할을 한 것은 국가보안법이라는 특별법이었다. 사법부는 국가보안법 관련 사건 판결을 통해 학문의 자유의 한계를 결정짓는 기준이 국가보안법상의 이적성 여부에 있음을 공공연하게 밝혀 왔다.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는 진리의 탐구를 순수한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보호받을 수 있는 것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목적으로 공산주의 관련 서적을 소지하고 있었다면 그것은 학문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반대의 논리가 적용되었다. 학자가 연구를 목적으로 사회주의 관련 서적을 소지했을지라도, 이는 곧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이므로 학문의 자유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국가보안법이 헌법 위에 군림하면서 학문의 자유가 정치지향적인 사법부에 의해 유린되어온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국가보안법 체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대학과 학자들은 끊임없는 자기 검열을 통해 독재와 권위주의 체제에 순응해 나갔다. 반면에 학문적으로 금기시되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지성인을 양성하고자 했던, 즉 학문의 자유를 제대로 누리고자 했던 학자들은 ‘적을 이롭게 한다’는 구실로 감옥에 가야 했다.

학계의 역할을 다 해야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원론적 의미의 학문의 자유가 존립하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학문의 자유를 논할 자리조차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이처럼 학문의 자유가 부재한 현실에서 보수언론이 주도하는 여론재판이 횡행하면서 학문 활동을 위축시키는 비극이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국가보안법 체제’는 강고하다. 
지금 강정구 교수 사건을 두고 한편에서는 학문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학문적 자유를 악용한 선전선동에 불과한 것이라고 일축한다. 하지만 상식적인 학자의 눈으로 볼 때, 이 사건은 ‘진리는 오직 하나 뿐이다’라는 교조주의에 빠져 명백히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 사건이다. 그러므로 학문의 자유 혹은 교권을 수호하고자 하는 학자들은 강정구 교수의 처벌에 단호히 반대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학계에도 학문의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보다는 반공주의라는 경험적 가치를 더 중시하며 그를 비난하는 학자들이 많은 것 또한 냉엄한 현실이다. 성숙되지 못한 여건에서나마 강정구 교수의 처벌에 반대하고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고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요구하는 동시에 강정구 교수가 제기한 학문적 연구 결과물에 대해서는 치열하고 생산적인 논쟁의 장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지금 바로 학계가 해야 할 역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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